극단 가교 셰익스피어 『실수 연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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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셰익스피어의 『실수 연발』이 극단 가교의 제16회 공연으로 국립극장에서 상연되었다 (6일∼9일). 이 공연의 특징은 이근삼 번역판을 김상렬이 한국 것으로 번안했다는 것. 따라서 무대는 삼국시대 백제의 지벌포 (지금의 장항이라 함)이며 무왕이 다스리던 기원 후 6백년대이다.
외국 극의 번안 문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거의 시도되지 아니한 것인데 김상렬의 번안도 좋았고 이승규의 연출이 이들의 첫 실험으로서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장치 (김해랑)는 대담한 색과 선을 사용해서 주목을 끌었다.
이 공연은 조목조목 따지면 결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즐거이 이를 보았다. 예컨대 여기엔 오리지널한 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앓는다. 가면쓴 해설자라든가 사이사이 북을 친다든가, 옛 가락하고는 동 떨어지나마, 노래를 삽입했다든가 (작곡 장일남) 또는 음악 효과를 우리 것으로 했다든가― 이 모든 것은 전혀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그러나 연출자는 이 새롭지 않은 것들을 썩 잘 조화시켰고 연기자들은 두드러지게 잘하지도, 또 못하지도 않았으나 우리의 호감을 샀다. 그것은 이들의 진실한 앙상블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의상 (류인선)은 연출자의 책임일지는 모르나 여기서 문제가 된다. 즉 안전달. 안후달 또는 전달의 처 아나녀 등의 옷은 그들이 상인 배라는 인상보다는 어느 귀인들을 연상시켰고, 그들의 몸가짐은 귀인들답지 않게 상인적이고 해서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앞으로 교각에 바라고 싶은 것은 세련미이다.
김의경 <연극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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