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바꾼 공소장 다시 원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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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이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지시로 지난 18일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말한다. 지난 6월 수사팀이 원 전 원장을 기소하면서 공개했던 인터넷 게시판 찬양·비방 댓글, 찬반 클릭 등에 비해 혐의 사실이 양적·질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라서다. 양적으론 5만5689차례에 걸쳐 트위터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6월 기소 당시 게시글 1970개, 찬반 클릭 1711회였던 것에 비해 15배 큰 규모다. 수사팀은 “질적인 면에서도 이전보다 상당히 노골적인 찬양·비방 표현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트윗과 리트윗 내용에 포함됐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검찰 지휘부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철회(재변경)할 수도 있다. 수사팀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지난 17일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 3명을 체포해 조사한 데다, 이미 업무에서 배제된 윤 지청장이 다음날 변경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사팀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윤 지청장이 내부 보고 절차를 어긴 경위와 당시 상황의 긴박성, 윤 지청장의 독단적 결정 여부 등이 핵심 규명 항목이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소장을 철회할 수도 있고, (철회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고만 언급,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윤석열 지청장의 수사팀장 복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이 공소장 변경 신청을 다시 철회할 경우 엄청난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

 법원이 공소장을 변경해 주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원 전 원장 측이 “국정원에 통보도 하지 않고 이뤄진 조사를 통해 불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라며 증거 채택을 거부할 수 있다. 만약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여 트위터 관련 범죄 사실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면 공소 사실 일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윤 지청장은 21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리는 국감에 출석한다. 그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다른 지청장급 이상 간부들과 함께 지난 7일 ‘기관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초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윤 지청장이 국감에 불출석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검찰 지휘부는 출석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 지청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겠다”고 말했다. 국감에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가영·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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