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vs 요미우리 … 원전 입씨름 세게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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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정계를 은퇴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와 세계 최대 발행부수(1000만 부)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주제는 ‘탈(脫)원전’.

 고이즈미 전 총리는 최근 6년여의 은둔을 깨고 활발한 ‘강연 정치’를 벌이고 있다. 고이즈미는 이달 들어 두 차례 강연회에 참석해 “방사성 폐기물의 최종 처분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도 없이 원전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원전 옹호’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

 고이즈미의 발언에 가장 먼저 발끈하고 나선 건 일본의 보수 언론이다. 요미우리·산케이(産經)와 같은 보수 성향 신문과 친(親)기업 논조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원전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지난 8일 사설에서 “정계를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고이즈미의 발언을 정면에서 문제 삼았다. 요미우리는 “고이즈미는 너무 낙관적이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원전 제로’를 추진하면 연료비 부담 증가로 전기료가 상승하고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廢爐)에 필요한 기술자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이즈미는 19일자 요미우리에 기고문을 싣고 “요미우리는 나보고 식견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정치에서 정말 필요한 건 큰 방향을 목표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이즈미는 “국민이 강하게 반대하고 저항하니 처분장 건설이 안 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탈원전’이 국민적 공감대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고이즈미의 기고문 바로 밑에 고이즈미의 주장을 또다시 조목조목 반박하는 논설위원의 칼럼을 게재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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