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에 봄바람 살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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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분양시장에 봄바람이 부나.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했지만 일부 아파트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인다. 목 좋은 오피스텔도 1가구 2주택 적용논란에도 불구하고 잘 팔린다.

집값 안정세로 기존 부동산 투자수요는 줄어든 반면 주변 시세보다 싸거나 입지여건이 좋은 분양현장에는 수요자들이 몰려 시장이 겨울잠을 깬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위치.품질.가격'이 고루 맞아떨어져야 한다. 단타 수익을 노린 '묻지마 투자자'가 자취를 감추고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자리잡으면서 계약자들이 상품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하고 있다고 분양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지난달 24~26일 공개청약을 받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성원상떼빌은 3백22가구 모집에 1만1천2백명이 몰려 35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65가구를 모집한 3군(50평형대)에는 2천9백80명이 청약해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원건설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를 연 뒤 하루 2천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는데 거주가 목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 시세보다 평당 2백만원 정도 싼 덕에 초기계약률도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우림건설이 평택 현화지구에 분양한 우림루미아트 7백34가구도 수도권 1순위에서 평균 3.3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는 분양 전부터 서울지역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우림건설 관계자는 "현화지구 내 마지막 분양이고 이 지역에서 드문 중대형이라는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분양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한국부동산개발이 지난달 14일 일산 백석동에 내놓은 비잔티움 오피스텔(2백40실)은 분양 2주 만에 계약률이 80%를 넘어섰다. 분양대행업체인 파라I&D 박종관 사장은 "계약자 중 일산신도시 주민들이 70% 정도 되는데 주로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매입했다"고 말했다.

1월 말~2월 초에 분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파르코와 마포구 서교동 한강빌드웰 오피스텔 역시 초기 분양률이 90%를 넘었다.

하지만 모든 상품이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분양가가 비싸면 시장에서 외면받는다. S건설이 지난달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는 평균 3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나 실제 계약률은 40%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가 평당 1천2백만~1천5백만원대로 비싸기 때문이라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말했다.

업체들은 분양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물량을 쏟아낼 태세다. 3월에는 지난 달보다 9천6백28가구 많은 2만5천7백63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계획은 (www.joinsland.com) 참조>

실질금리가 '0'이나 다름 없고, 주식시장이 불안해 대안을 찾지 못한 여윳돈이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은 "투자자보다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모든 현장이 불붙기는 어렵고, 분양가.입지여건.브랜드면에서 경쟁력이 있거나 공급물량이 적었던 곳에만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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