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와 인연이 없었던 시애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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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역사를 살펴보면 같은 해에 창단한 팀들끼리는 월드시리즈 우승과 관련해서 상반된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게 한 가지 특징으로서 나타난다.

1993년에 리그에 같이 참가했던 플로리다 말린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우를 보면 말린스는 199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으로서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하지만 로키스는 1995년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참가한 적이 있긴 했었지만 월드시리즈 무대에는 아직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과 관련된 이 같은 팀 창단 동기생들끼리의 상반된 운명은 1998년부터 리그에 참가하기 시작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템파베이 데블레이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디백스는 지난 시즌 처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어내며 역사상 팀 창단 이후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으로 기록되는 영예를 누렸다.하지만 데블레이스는 팀 창단 이후 올시즌까지 5년 연속 지구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해에 창단한 팀의 하나로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한 가장 운이 없었던 팀이라면 로키스나 데블레이스가 아니라 당연히 시애틀 매리너스가 되어야 할 것이다.

홈런공장이라는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덕분에 브렛 세이버하겐(사이영상 2회 수상),빌 스위프트(1993년 21승 8패 기록),대릴 카일(1997년 19승 7패 기록),마이크 햄튼(1999년 22승 4패 기록) 등 명투수들을 보유하고서도 포스트시즌에 한 번 밖에 진출하지 못했고 투수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포스트시즌에는 앞으로도 진출 가능성이 희박할 수 밖에 없는 로키스의 경우나 보스턴 레드삭스,뉴욕 양키스 등 강호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해 지구 우승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데블레이스의 경우와는 달리 매리너스는 포스트시즌과 관련해서 많은 불운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1977년 이제까지 24개팀이었던 메이저리그에는 새롭게 두 팀이 탄생했다.아메리칸리그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라는 2팀이 새롭게 리그에 참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그리고 블루제이스와 매리너스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과 관련해서는 말린스와 로키스,디백스와 데블레이스처럼 상반된 운명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블루제이스는 1992년과 1993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를 제패하였다.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를 우승하기는 1950년대 이후에 탄생한 팀으로서 블루제이스가 역사상 최초의 팀이었다.하지만 블루제이스와 같은 해에 출범한 매리너스는 지금껏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1995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매리너스는 양키스를 상대로 2연패 뒤 3연승이라는 드라마같은 승부를 연출해 냈다.디비전 시리즈 역사상 3번 있었던 2연패 뒤 3연승이라는 짜릿한 역전 승부의 그 첫 번째 드라마를 바로 매리너스가 이뤄내었던 것이다.

배길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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