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KAL기 승객 귀환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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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69년 12월11일 대한항공의 YS-11기에 탔다가 북괴도당에게 강제 납북되어 66일간의 악몽과 같은 북괴생활에서 풀려 자유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 70년 2윌14일.
그 2월14일에 나는 잠시 감회에 잠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이날은 나에게 있어서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그날을 돌이켜보면 내가 탄 비행기가 북괴 연포 비행장에 착륙했을 당시 승객들이 기체 안에서 이성을 잃고 당황하고 있을 때 스튜어디스인 정경숙양과 성경희양이 침착한 행동과 말로 승객을 안심시키던 일은 잊을 수 없다.
『여러분! 여러분이 소지한 각종 증명서와 서류들을 빨리 파기하십시오.』 스튜어디스의 이 말은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다.
나는 증명서를 버릴 곳이 없어 종이를 씹어 삼켰다. 북괴병들은 승객 한 사람씩을 연행하여 독방에 감금하고 신분에 대한 심문을 했다. 말끝마다 『간나새끼』의 연속이었다. 아마 욕 잘하는 자일수록 북괴사회에서는 우대를 받는 모양일까.
소화제를 달라고 하면 설사제를 주고 갖은 고문으로 실토를 강요하던 그들의 만행을 생각하면 몸서리 쳐진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한 그들이었다.
이제 우리들은 다시 이 땅에서 비행기 납치범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승객들의 송환을 위해 온 국민이 합쳐야 할 것이다.<김진규(체신부 직원·귀환승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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