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보강 수사에 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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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대중 후보 집 폭발물 사건 수사 본부는 12일 김 후보와 조카 김홍준 군 (15)을 범인으로 구속한데 이어 이를 뒷받침 할 본격적인 증거 보강 수사에 나서고 있으나 경찰이 증거 보전 신청한 김 후보 집 가정부 조행덕 양 (22)이 진술 내용을 번복함으로써 김홍준 군의 공소 유지를 위한 증거 보강 수사에 앞으로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수사 본부는 이날 상오 8시10분부터 30분 동안 서울 시경 수사 과장 이순용 총경과 고인준 수사 본부장 및 김공환 수사부 본부장 등 고위 수사 간부가 회의를 열어 증거 보강과 배후 수사에 관해 논의했으며 이미 김홍준 군의 배후에 조종자가 있음을 뒷받침할 물적 증거 11점을 압수, 검토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압수한 증거물의 품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수사 본부는 11일 밤과 12일 아침 두 차례 마포 경찰서 유치장 독방에 수감되어 있는 홍준 군에게 화약과 도화선의 출처를 추궁했으나 홍준 군이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열지 않아 실패했다.,
수사 본부는 또 홍준군으로부터 배후 조종자가 있는지의 여부를 따졌으나 여전히 홍준군이 말을 하지 않아 배후 수사에 있어서도 현재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 본부는 지난 11일부터 전담 수사 요원 45명을 동원, 홍준 군과 평소 딱총 화약 놀이를 했다는 동급생 박모 군 (15)으로부터 김 군이 서울 마포구 염리동 버스 종점 주변의 문방구점에서 딱총 화약을 사 썼다는 진술을 받아 11개의 문방구와 구멍가게를 대상으로 화약 출처를 캐기 위한 광범위한 수사를 펴고 있다.
수사 본부는 홍준 군의 자백과 가정부 조양의 진술 이외에도 ①9일 상오 홍준 군 집 뒤 쓰레기통에서 압수한 빨간 종이 ②찬장 밑에 있던 빨간 「비닐·테이프」 ③8일 하오 홍준군 집에서 압수된 납으로 만든 딱총 ④「비닐·테이프」를 다 쓴 납 통 ⑤사건 당일 현장에서 발견된 천으로 된 전선용 초록색 테이프 및 ⑥도화선 조각 등을 증거물로 압수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이를 증거로 홍준 군이 평소 친했던 급우들에게까지 수사를 넓혀 증거 보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 본부는 지난 11일 밤 8시쯤 김 군의 동급생인 이모 군 (15) 을 모처로 연행, 김 군의 평소 행동에 대한 진술을 들었는데 이 군의 어머니 강영숙씨 (41)는 이날 밤 9시30분쯤 수사 본부에 찾아와 『시험중인 학생을 장시간 연행하고 풀어 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항의했다.
한편 고인준 수사 본부장 등 수사 간부들은 경찰이 증거 보전한 김 후보 집 가정부 조행덕 양의 딱총 화약의 빨간 종이 부스러기를 보았다는 진술을 번복한 점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고인준 수사 본부장은 또 『구속된 홍준 군의 진술에 따라 범행에 사용된 도화선과 화약의 출처를 찾아냈으나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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