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비만에 시달리던 50대女, 온몸에 새긴 남자 얼굴은 누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다.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도 각자 다르다. 가령 여행을 간다든지, 무언가를 배운다든지, 혹은 시간에 맡겨두는 이도 있다.

영국에 사는 52세 캐시 워드는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다. 그는 1999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충격에 폭식으로 비만 상태가 됐다. 덩달아 건강도 나빠졌다. 그렇게 슈퍼마켓 일을 하며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캐시의 인생을 바꾼 것은 2009년 친구가 건넨 책 한 권이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트와일라잇』을 읽고 스토리에 푹 빠진 것이다. 뱀파이어·늑대소년 등의 캐릭터가 한 인간 소녀와 사랑을 나누는 내용이다.

해당 영화는 이미 2008년 개봉한 상태였다. 캐시는 책을 단숨에 읽은 후 DVD를 구매해 영화도 봤다. 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은 물론, 이후 개봉된 시리즈물까지 모두 섭렵했다.

영화에 푹 빠진 캐시는 이와 관련된 것들을 몸에 새기기 시작했다. 그의 등 전체는 영화 포스터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양팔과 가슴 등 몸 구석구석에 영화 속 장면이 그려졌다. 유독 남자 주인공인 로버트 패틴슨의 얼굴이 많이 그려진 이유는 그의 열혈한 팬이 됐기 때문이다.

이 모든 문신을 새기는 데에 걸린 시간을 합치면 대략 91시간 정도다. 비용은 8500파운드(약 1470만원)가 들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캐시는 “과거의 난 우울증과 비만으로 스스로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살도 빠지고 건강해졌다”며 “‘트와일라잇’ 문신을 새기며 마음을 다잡고 내 인생을 정상 궤도에 다시 올려놨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21년이 된 남편은 캐시를 이해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문신에 대한 반발이 컸다. 아버지는 자신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다. 동생은 5년 동안 대화하기를 거부했다. 지금은 조금 익숙해진 느낌이다.

2011년 캐시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 하나인 ‘브레이킹 던’ 프리미엄 시사회에 초대됐다. 팬으로서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시사회 현장에선 그와 사진을 찍기 위해 영화 팬들이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영화 관계자들도 캐시에게 관심을 가졌고, 출연자 중 한 명인 배우 테일러 로트너도 인터뷰에서 캐시의 문신을 언급했다.

캐시는 현재 왼쪽 다리에 ‘울프 팩’이라 불리는 늑대 무리를 그리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오른쪽 다리에도 새길 생각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는 상관없다. 이게 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나를 위한 일이다”고 말했다.

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