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무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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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탄트」「유엔」사무총장은 금년 말에 임기가 끝나는 대로 물러날 뜻을 밝혔다 한다.
「유엔」사무총장은, 최고의 국제공무원이다. 「버마」의 「우·탄트」가 「하마슐드」전 총장의 뒤를 이은지 벌써 10년이 된다. 맨주먹의 「평화조정자」로서 「유엔」사무총장처럼 많은 시름을 겪어야하는 자리는 다시없을 것이다.
그는 격동의 60연대의 세계의산 상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엔」사무총장의 자리는 우선 국제적인 분규를 다루는데 있어 아무에게도 지탄받지 않을 만큼 엄정한 중립을 지킬 것이 요청된다. 초대 사무총장이던 「트리그브·리」는 『중립이란 정치적 금욕을 뜻하며, 정치적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했었다. 「하마슐드」전 총장은 또 동서의 대립을 초월한 중립이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법과 논리대로 해결되지 않는 국제정치의 현실 앞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을 것이다. 「우·탄트」 자신도 사무총장의 직무는 총회와 안보리사회의 의결을 충실히 집행하는데 있으며 결정의 과정에는 절대로 간여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이 때문에 그는 무위사무총장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당초에 그가 사무총장에 선출됐던 것도 소련의「트로이카」론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그가 행동하지 않으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돌았었다.
그러나 실상 그는 무위의 사무총장은 아니었다. 인도-「파키스탄」전쟁, 「키프로스」분쟁, 「예멘」내란, 「쿠바」위기, 중동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그가 한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인-파」전쟁의 조정 때에는 병후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9일간에 2만「마일」이나 여행했었다.
65년에 교황「바오로」6세로 하여금 「유엔」을 방문케 한 것도 그였다.
원래 「유엔」사무총장이란 「유엔」의 최고행정책임자로서의 직무만 충실히 해나 가면 된다. 그런 대도 그에게 그 이상의 사명을 떠맡기게 된 것은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자리보다도 「우·탄트」라는 한 개인이 가진 덕과 개인적 수완이 높이 평가되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다.
따라서, 그의 임기중 개인적인 좌절감이 남달리 컸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는 언제나 자리를 내놓을 각오로 일해 왔던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는 「유엔」이 필요하며 「유엔」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또 언제나 훌륭한 「조정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다만, 「탄트」총장 자신도 이따금 비난했듯이 강대국들이 비협조적인 때에는 아무리 탁월한 조정자도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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