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팀 1년 쓰는 야구공 3만개, 2억5000만원어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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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롯데의 경기 진행요원들이 1일 열린 LG와의 경기에 앞서 공인구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임현동 기자]

야구공 제조업체에 가을은 가장 바쁜 계절이다. 다가오는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동시에 내년 1월 전지훈련을 떠나는 각 구단이 쓸 공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9구단 NC, 10구단 KT가 창단하면서 공인구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다. 프로야구 인기를 발판으로 사회인 야구의 열기도 높아지면서 야구공 산업은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년 야구공 제작업체로부터 공인구 신청을 받는다. 무게(141.77~148.8g)·둘레(22.9~23.5㎝)·반발력(반발계수 0.4134~0.4374) 등의 조건을 통과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2013년 KBO의 심사를 통과한 공인구 업체는 빅라인스포츠와 스카이라인·맥스·하드스포츠 등 네 곳이다. 각 구단은 임의로 공인구 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올해는 롯데·KIA·두산·넥센·삼성이 스카이라인, LG·SK·NC가 빅라인, 한화가 맥스 제품을 썼다.

 구단과 업체 간 계약은 1년 단위로 연장된다. 가을부터 다음 해 쓸 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빅라인스포츠 유형근 이사는 “하루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서 쓸 공의 수량을 구단과 업체가 정한다. 한 번 계약하면 기간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구단이 소비하는 공인구는 연평균 2만∼3만 개 정도다. 공인구 하나의 단가는 5750원. 구단의 1년 공 구매비용은 1억5000만~2억5000만원으로 전체 예산(약 200억원)에 비하면 작지만 허투루 쓸 돈은 아니다. 이 때문에 각 구단은 공인구의 재활용에 신경을 쓴다. 경기에서 쓴 공은 대부분 훈련용으로 다시 쓴다. 선물용으로 나가는 공도 엄격하게 통제한다. 선수들이 사인을 해 주는 공은 대부분 단가 2000원 이하다.

 프로야구 한 경기당 공인구를 100개 정도 쓴다. 한 번도 쓰지 않는 새 공이라도 감촉이 투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려진다. 관중석으로 떨어지면(파울) 야구공은 돌려줄 필요가 없다. 홈 팀은 5750원을 팬에게 선물하는 셈이다. 공을 잡은 팬에겐 가격 이상의 기쁨이다. 대학 팀은 연간 약 3000개, 고교 팀은 1800개 정도를 쓴다. 대학·고교 팀의 공인구 단가는 5500원 정도다. 중학교 팀들이 쓰는 공인구 단가는 5250원이다. 과거 야구선수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공 값은 큰 부담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신인 1차 지명이 부활하고 프로 구단들의 연고지 아마팀 지원이 이어지면서 공 값 걱정은 덜었다.

 야구가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 확장되면서 사회인 야구 시장도 커졌다. 사회인 선수들이 쓰는 공의 단가는 3500원 정도로 프로보다 싸지만 수요 증가가 가파르다.

 야구공의 단가를 낮추기는 어렵다. 공의 중심인 코르크에 실을 감는 과정은 기계화에 성공했지만, 여기에 쇠가죽을 덮고 빨간 실로 꿰매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이 손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KBO는 공인구 제작 공장을 국내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인구 생산업체들은 중국에서 1차 작업을 완료한 뒤 한국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국산 공이지만 공인구의 원산지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업체들은 “현실을 고려해 공인구 규정을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글=유병민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프로야구 공인구

▶ 제원 : 무게 141.77~148.8g, 둘레 22.9~23.5cm

▶ 단가 : 5750원

▶ 경기당 소요량 : 100개 이상

▶ 연간 구매액 : 팀당 1억5000만~2억5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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