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혜진(연극배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70년대부터 연극계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극단 「실험극장」이 10주년을 맞았고 몇몇 공연들이 성공을 거두었다.
또 새해에는 「드라머·센터」가 「레퍼터리·시스템」으로 연극의 토착화를 시도해 밝은 전망이 엿보인다.
9일부터 국립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실험극단」의 『시라노·드·베르주락』에서 주역을 맡아 「클로스업」된 마혜진양(25)은 『새해에는 연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이루어졌으면....』하고 말한다.
한 작품을 1개월이상씩 연습을 하고도 극장이 없어 단 5일밖에 공연을 못하는 현실정으로는 공연을 끝내고나면 너무 섭섭하고 또 예술에 대한 보람을 느껴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연극계의 자금도 문제이고 극단건립도 문제지만 우리 연극이 크케 발전하려면 연기자들이 연극에만 충실할 수 있게 돼어야 해요.』 요즘은 연기자의 대부분이 TV에도 종사하고 있는데, 생활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제대로 연극에 정열을 쏟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요즘와서 연극운동이 활발해진 것은 연극인의 한사람으로서 굉장히 반가운 일이예요. 새해엔 좀더 많은 연극이 무대에 올라서 알찬 성공을 거두었으면 해요.』
『연극은 정말 예술을 한다는 정열로서 택할 만한 것이예요. 자꾸만 할수록 매력을 느껴요.』 새해 첫무대에서 대역을 맡는 행운을 잡은 마양은 올해는 더 열심히 공부해서 충실한 연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연극·TV·영화를 통해 전체적으로 연기자가 부족한 우리 실정에서 마양은 성우로부터 출발, 무대와 「브라운」관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68년 『「사할린스크」의 하늘과 땅』으로 첫무대를 밟았고 69년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역을 맡아 연기자로서의 인정을 받았다. 그후 『망나니』 『우리읍내』로 연기를 닦아 이번 『시라노』에서 「록산느」역을 맡았다.
『쾌활하고 사교적이고 정열적 여성인 「록산느」는 연기자라면 누구나 한 번 해보고 싶어하는 역이예요.』 연습을 하다가도 자꾸만 무대에 선듯한 착각을 일으킨다고 마양은 말한다.
외국에서는 20년 가까이 장기공연하는 작품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며칠만에 공연을 끝내야하니 소품하나에까지 제대로 정이 가기도 전에 무대를 치우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또 아직도 연극인구가 많지 않고 관객개발도 되어 있지않아 국립극장에서의 대부분의 공연에는 무료관객이 더 많다는 조사보고도 있다며, 마양은 「유럽」과 같이 연극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었어야겠다고 지적한다.
『연기자생활 3년에 아직 보람된 일을 해놓은 것이 없어 자꾸 초조해져요.』 그래서 마양은 『시라노』무대를 기점으로 새해엔 연극에서나 TV에서나 본격적인 연기를 쌓아 올리겠다고 말한다.
처음엔 집에서도 반대하고 자신도 연기자가 될 생각이 아니었다는 마양은 이제는 집안의 뒷밤침을 받아 항상 반성하고 연구하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TBC-TV의 전속으로 요즘 『흙손』에서 「부남」역을 맡고있는 그는 물론 TV출연도 중시하지만 올해는 연극에 더많은 정열을 쏟고 싶은데 여건이 맞게될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한다.
결혼문제는 연기자로서 자기완성을 이룬후에나 생각할 문제라며 새해설계속에 넣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영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