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시즌리뷰 (1) 롯데 자이언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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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 최대의 화두는 기아의 돌풍이나 신인 투수들의 돌풍이었지만, 롯데 자이언츠 백인천 감독의 선수테스트도 부산팬들의 비난과 함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처음부터 백인천 감독이 4강 진출이나 승리를 기대했다면 다른 선수 기용으로 임했을 것이다. 백인천 감독은 원년 MBC청룡의 감독겸 선수로 뛰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90년도 취임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관록으로 위기의 롯데를 구해낼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그러나 관록도 롯데가 처한 상황을 이겨내기엔 힘에 부쳤다. 일단 롯데의 문제는 주전 투수들이 모두 부상병동이라는 것이다. 박지철, 문동환, 손민한, 염종석등 당대의 내노라하는 투수진임에도 재활 기간이나 다시 부상이 도져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문제 때문에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었다.

여기에 신인 선수들의 보강이나 FA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은 더욱 힘들게만 보인다. 롯데는 한때 신인 왕국이었을 정도로 신인 농사에서는 재미를 보았다. 한편으로는 많은 먹튀선수들을 배출하기도 하였지만, 롯데의 신인 농사는 풍부한 지역 연고의 인적자원이 한 몫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힘겹게 입단시켰던 김사율이나 강민영등은 여전히 가능성을 품은 미완의 대기로 남아 있으니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그러나, 백차승을 필두로 송승준, 추신수, 채태인등 대형 투수들의 잇단 해외 진출로 롯데는 젊은 피가 부족한 팀으로 변하고 말았다. 또한 지난 시즌 FA였던 김민재와의 계약 실패는 올 시즌 FA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박정태와 염종석과의 계약에서도 실마리를 쉽게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현재 분위기이다.

투수들의 열악함과는 달리 공격수들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김주찬을 비롯, 김대익, 최기문등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찾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정태, 박현승등 팀의 선봉에 서야 할 선수들의 부진은 뼈아프기만 하다. 공격에서는 호세파동 이후 선택된 용병들마저 아까운 외화만 까먹고 있었으니, 백인천 감독의 속이 얼마나 탔을까 상상이 간다.

시즌 내내 선수 선발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던 백인천 감독과 달리 롯데 구단은 한 시즌 100만 관중의 황금시대를 접고, 평균 관중 1,700여명에 그쳐 8개 구단 중 7위라는 처참한 현실에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투자를 하고, 선수들이 열심히 했음에도 패하는 것을 놓고 분노하는 팬들은 드물다. 특히 부산 팬들은 그만큼 야구를 즐길 줄 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이미 시즌을 포기한 롯데의 태도는 부산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롯데의 2003시즌도 올해보다 낫다는 말을 하긴 어렵다.

오윤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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