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0척 군함단 북쪽으로 보낸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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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러시아가 북극해에 순항 군함단을 상주시키기로 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아르카디 바힌 러시아 국방부 제1차관은 14일(현지시간) “이틀 전부터 해군 특별 군함단이 노보시비르스크 제도 주변에서 해상 훈련에 돌입했으며 이 지역의 군함 배치는 항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보시비르스크 제도는 북극해 동쪽의 라프텝 해협과 시베리아해 사이에 있는 섬들이다. 북극항로를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려면 그 주변을 지나야 한다.

  바힌 차관이 언급한 특별 군함단은 최근 러시아 서쪽의 세베로모르스크항에서 약 3500㎞를 이동해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에 도착한 ‘표트르대제’ 핵추진 순양함 등 10척의 군함을 의미한다. 함단에는 구축함·군수지원함·핵추진 쇄빙선 등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가 북극해 동쪽에 순항 군함단을 배치시킨 것은 1991년 소비에트연방 붕괴로 북방함대가 해체된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북극항로의 완성과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극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바다의 얼음이 녹으면서 생겨났다. 2009년 민간 선박의 운항이 가능해져 지난해 46척의 배가 오갔다. 올해는 400척가량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하면 부산~로테르담(네덜란드) 운항 거리가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지날 때보다 약 7000㎞ 줄어든다.

  러시아 정부는 북쪽 연안 지역에서의 선박 운항이 늘어남에 따라 밀수와 불법 이민자 상륙을 막기 위해서도 해상 경계 활동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배타적 경제수역 밖에서의 군함 항해는 북극해 자원 개발에 민감한 주변국들과의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007년 쇄빙선과 잠수정을 동원해 북극점 인접 지역에서 탐사활동을 벌였다. 당시 러시아는 과학적 조사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잠수정이 해저에 금속으로 만든 러시아 깃발을 꽂은 것이 드러나면서 북극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북극해 해저에는 전 세계 매장량의 25%에 해당하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극해 자원은 국제사회의 첨예한 이해가 걸려 있는 문제로 활용에 대한 명확한 조약이나 규칙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바힌 차관은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의 공군기지도 올해 안에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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