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유령…폐차 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검찰은 13일 일부 운수업자들이 폐차 처분된 노후 차를 끌어내어 버젓이 번호 판을 달고 불법·운행하다 다시 사고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에 나섰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 조사결과 지난 9월12일 상오 7시20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무악재에서 출근길의 손님을 가득 싣고 달리다. 브레이크 오일·파이프 파열로 앞에 가던 버스(서울 영5-5119·범양여객소숙)를 들이받고 잇따라 전주를 받아 19명의 중경상자를 낸 안성여객소속 서울 영5-258호 버스가 바로 폐차에 번호 판을 붙여 25일 동안 불법 운행하다 사고를 빚은 데서 밝혀졌다.
서울지검 문호철 검사는 서울 영5-258호 버스의 차주·임 모씨가 안성여객간부 김모씨와 함께 사고 뒤 불법사실이 알려지자 모 경찰서 교통사고담당 경찰관들에게 30만원을 브로커 신 모씨를 통해 주고 불법운행 사실을 무마했다는 혐의를 잡고 관계자들의 신병확보에 나섰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5-258호의 차주 임모씨는 지난8월20일 운행중인 그의 차를 동대문구 휘경동77의1 삼화자동차공업사 (대표 최병학)에 차의 보디 일체를 31일까지 수리하도록 계약했는데, 임씨는 수리 때문에 차가 쉬게되자 S운수소속이었다가 폐차처분 된 노후 차를 끌고 와 서울 영5-258호와 똑같은 도장을 해주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공장의 도장부에서 임씨는 노후 차에 안성여객의 고유차량번호48, 중량교∼문화촌간의 노선번호 49등을 그려 넣고 「페인트」칠을 한 뒤 8월20일부터 9월12일까지 수리중인 차를 대신해서 운행해오다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서울 영5-258의 정비를 맡았던 삼화공업사 측은 차주 임씨가 차를 맡긴 뒤 평소와는 달리 약속 날짜가 지나도록 아무런 재촉도 없이 있다가 서대문에서 사고가난 이틀 뒤인 9월14일에야 비로소 진짜 5-258호를 공장에서 끌고 갔다고 확인했다.
검찰은 사고직후 담당경찰관들이 사고 차의 원동기 번호 등이 검사 중에 기재된 것과 틀린 것 등을 알았고 사고 차가 폐차 처분된 차를 위장 운행하다 사고를 냈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음을 알고 교통사고 브로커 신모씨를 통해 차주 임씨로부터 30여 만원을 받고 관계서류를 꾸민 혐의로 조사중이다.
사고당시의 운전사 윤병관씨(36)는 검찰조사에서 사고 차가 폐차라는 것은 끝내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운행하는 동안 브레이크가 자주 작동하지 않아 여러 차례 사고의 위험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시인했다.
윤씨는 지난6일 검찰에 의해 업무상과실치상 죄로 구속 기소되었고 당시 서울 영5-258호 정비공으로 등록된 이흥조씨(32)는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에 계류중이다. 검찰은 각급 버스 업자들이 정기적인 검사를 받기 위해 정비공장에 들어가거나 수리중인 때 운휴 기간중의 주입을 보충하기 위해 운수관계당국과 짜고 노후 차를 이용하는 등 불법운행을 예사로 하고있다는 정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