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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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경련은 지금의 에너지 정책이 내포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 시정방향을 건의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경련의 지적은 첫째로 정부의 유류대체정책이 석탄산업의 사양화를 촉진시켰고, 외화지출요인을 증대시켜 외환면에 모순을 크게 일으키고 있는 사인을 들고있다.
다음으로 또 전경련은 전원개발정책이 잘못되어 오늘날 잉여시설 용량이 커지고, 그 때문에 예비전력과잉에 따른 이용률저하, 차관원리금상환부담의 가중 등 제 모순이 제기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경련의 분석과 판단은 부분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이라 하겠으며, 앞으로의 정책 조정과정에서 마땅히 참고 되어야할 성질의 것임은 재언의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전경련이 제시한 시정방향이 과연 전적으로 납득할만한 것이냐 하는데 대해서는 좀더 논의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우선 전경련이 시정방향으로 제시한 전력문제만 하더라도 전후관계가 분명치 않은 느낌이 짙은 것이다. 이미 잉여전력이 문제가 되어 그 때문에 한전수지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면 전경련은 먼저 잉여전력을 적정수준으로 줄일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이 화력건설은 민간이 전담하는 것으로 하고, 한전은 수력과 송배전 투자만 하라고 제의하는 것은 납득키 어려운 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전경련은 석탄산업의 사양화를 막기 위해 석탄의 농촌 보급률을 높이고 저탄 시설을 확대시키며 수송비 절감방안을 강구하라고 제의하고있으나, 그런 방식으로는 유류대체정책이 파생시킨 문제점들을 회피하는 것이지, 결코 해결하는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즉, 유류대체정책으로 외환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석탄산업을 사양화과정에서 회복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같이 지적한 전반부분석과 그 대책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촌의 석탄소비개척은 유류대체정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신규석탄시장의 개척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유류대체정책으로 제기된 외환면의 부담가중을 완화하기 위해서 전경련은 원유도입선의 다원화와 석탄사용이 불가능한 것만 석유로 대체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석유 카르텔 성격으로 보나, 국내에 상륙한 정유공장의 성격으로 보나, 원유수입선의 다원화는 좀처럼 기대할 수도 없거니와, 설사 그것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외화부담을 경감시킬 전망은 서지 못할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오히려 외자간의 경쟁을 격화시키는 이열치열방식보다도 그것은 실현가능성이 적은 것이라 할 것이다.
또 석탄으로 충족할 수 없는 것만 유류대체 시키라는 것도 처음부터 성립되기 어려운 건의라는 평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유류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용도를 놓고 유류대체 운운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우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 발전소·공장·빌딩 등 국내의 주요 석탄 소비처는 이제 사실상 유류대체를 완료했으며, 석탄소비가 유류 소비보다 개별기업의 입장으로 보아서도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류대체 정책을 다시 반전시킬 수도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경련의 건의사항은 오히려 의외라는 감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요컨대, 전경련의 문제점분석은 경청할만한 것이라 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시정책건의가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이를 계기로 보다 전문적이고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 문제를 다룰 연구조직을 형성시키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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