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V도 자성해야할 때 새 아이디어·리더쉽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탤런트 의원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TV의 영향력을 받고 등장했던 일본의 참의원 의원이며 이기작가인 이시하라(석원정태랑)씨가 내한한바 있었다.
소위 태양족의 원조라고 하는 동씨는 NHK와 채늘12에 각각 자기 개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 정치 및 사회시평, 그밖에 문화전반에 걸친 방담을 내고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닛세이게끼죠(일생극장)의 소유자로 신극과 함께 뮤지컬을 시도하고 한때는 영화배우 영화감독까지 경험한 다재다능한 재사이기도 하다.
약1주일 동안 이곳에 머무는 동안 여러번 접촉하는 가운데 그는 한국 TV에 대해 단평을 내린바 있다.
『말을 못 알아들어서 무엇이라고 평하기는 곤란하나 바쁜 스케줄 사이에 본 인상으로서는 상당히 명랑하다는 것이 첫째 인상이었다. 그리고 특히 일반 가요를 들었을 때 일본 것과 대동 소이하다는 느낌이 짙었다. 그만큼 서로의 감정이나 정서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적인 취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참 기뻤다. 지금까지 왜 이러한 노래들을 서로 떳떳이 교류하지 못했는지 정말 이상할 정도였다. 목소리는 오히려 일본 사람보다 우수한 가수가 많았다.』
언어의 장벽으로 드라머에 대한 평은 못하겠다면서 일본 것과 대동소이한 그저 그런 멜러의 경향이 있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하기도.
우리 가수에 대한 칭찬을 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해적반이 많이 나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문화국가로서는 수치스러운 일 일거라고 말하고 빨리 시정하는 게 좋겠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마침내 음반법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기는 하지만 해적반의 불명예스러운 낙인만은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만 같다.
한편 그게 그거인 멜러·드라머 운운의 단평이나마 그는 정곡을 찔렀다고 하겠다.
근자 일일연속극이 히트했다고 하면 마치 과거 영화계의 그 못된 버릇을 답습이나 하듯이 너도나도 유사한 연속극을 짜내어 하루에 3국에서 두 개씩, 무려 6편의 일일연속극이 나가는 셈이다.
그것은 대동소이한 유사한 멜러·드라머이다.
그런 유행성에 휘말린다는 것은 기획의 빈곤을 드러낸 것으로 좀더 시야를 다른 데로 돌려 탐구해 볼 필요가 있을 듯.
TV 10년의 역사로 보아 좀더 각 부문에서 탈피할 때는 왔다고 생각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어 일반의 구미에만 맞히려고만 하지 말고 앞장서서 이끌어 가는 전진적인 기획이 아쉽기 짝이 없다. <이진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