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보호관찰소 다른 곳 옮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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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성남보호관찰소 이전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성남지소 앞에서 침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성남시 수진동에 소재하고 있던 관찰소는 지난 4일 새벽을 이용해 기습 이전됐다. [뉴스1]

법무부가 ‘기습 이전’ 논란을 빚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성남보호관찰소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9일 밝혔다. 인근 주민의 거센 반발과 정치권의 재검토 요구에 부닥쳐서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늦게 “서현동 청사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이전하기 전까지 서현동 청사에서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입지가 정해지면 그곳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만들어서라도) 여건에 맞춰 업무를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성남보호관찰소는 지난 4일 새벽 기습 이전한 지 5일 만에 입지를 새로 선정하게 됐다.

 이날 오전 관찰소가 입주한 빌딩 앞에선 1000여 명의 학부모가 관찰소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며 시위를 했다. 학부모 1000여 명이 과천 법무부 청사로 항의 방문했다. 일부 학부모는 초등학생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도 했다.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반대를 위한 분당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범죄자가 활보하는 곳에 우리 아이들을 마음 놓고 다니게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본지 9월 9일자 14면>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날 오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등은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정부의 정책 결정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해당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었다.

 성남보호관찰소는 13년째 독립청사를 마련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수정구 수진 2동에서만 주민 반발로 세 번 자리를 옮겼다. 지난 4일 새벽에는 수진2동 청사에서 분당구 서현동의 한 건물로 기습 이전했다. 건물주와 2년 임차계약을 맺고 새벽 1시부터 출근시간 사이에 이삿짐을 옮겼다. 신청사가 들어선 곳은 성남 지역 중심상권 중 하나인 분당선 서현역 인근으로 성남교육지원청과 백화점·영화관 등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다. 그러자 주민들은 “분당 도심 한복판에 범죄자를 다루는 기관이 입주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해 왔다. 이날 법무부가 이전 방침을 정함에 따라 성남보호관찰소는 또다시 떠돌게 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제도는 1989년 시작됐다. 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교도소나 구치소를 갈 정도의 중범죄자는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거나 단순 성추행 범죄자, 가정폭력범, 학교폭력을 저지른 청소년 등을 불러 강의 등으로 교육한다.

 또 사회봉사명령자에게 봉사 장소를 안내하는 등 관리를 한다.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찬 흉악범은 보호관찰소 직원이 직접 자택 등을 방문해 관리한다. 성남보호관찰소는 성남·광주·하남 지역 1400여 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자발찌 착용자는 20여 명이다. 법무부 조상철 대변인은 “전국 58곳의 보호관찰소 대부분이 도심에 위치해 있다”며 “교도소에 다녀온 사람을 다루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남=최모란·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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