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 문제] 천안교육지원청 인사 잡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지난 1일 단행된 천안교육지원청 교육장 인사와 관련, 잡음이 일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이 지난 1일자로 직속기관장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일부 교육장 등 인사가 부적절했다는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현직 교육관계자는 물론, 지역의 교육 원로들까지 이번 인사가 잘못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향후 지역 교육계에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천안중등지회(이하 전교조 천안중등지회) 등에 따르면 충남도교육청은 이번 인사에서 천안 모 초등학교 교장을 천안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전직 발령했다. 그러나 신임 천안교육장의 경우 전 근무지인 모 초등학교 초빙 교장인데다 4년 초빙 임기 중 3년 6개월만 근무해 잔여 임기가 6개월 가량 남은 상태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에 대해 전교조 천안중등지회는 성명을 통해 일반적으로 초빙 교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기를 마치고 전직을 하는데 비해 신임 천안교육장은 특별한 사유없이 교육장으로 전직 발령됐다며 내년으로 다가온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겨냥한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천안중등지회 이영주 지회장은 “이번 신임 교육장의 경우 교장 공모제를 통해 운영위원회 위원과 학부모 등이 직접 뽑은 교장이다. 또한 공모제를 통한 초빙 교장은 법률상으로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기를 마쳐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이 같은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없는 일”이라며 “이렇게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학부모나 운영위원회의 신의를 져버렸는데 어떻게 천안교육의 수장으로 지역 전체 교육 관계자나 수요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이어 “확실한 물증이 없을 뿐이지 지역 내 교육 관계자뿐 아니라 도내 많은 교육 관계자 및 수요자들은 도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인사가 아니냐는 말들을 수근 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교육가족들의 이러한 의구심과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인사는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천안중등지회는 이와 함께 교육장의 식견 문제도 지적했다. 천안지역의 경우 10월 중 고등학교입시평준화를 위한 시민 여론 조사 등 중등과 관련된 현안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을 전제한 뒤 초등 교장 출신인 신임 교육장이 이 같은 지역교육의 주요 현안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교육장 인사 발령과 관련, 전교조뿐 아니라 지역 내 현직 교육 관계자나 퇴임한 교육 원로들도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천안이 충남 교육의 수부도시라는 점을 감안할 때 풍부한 경험과 실력을 인정받는 교육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극구 경험이 부족한 지역 내 초등교장 출신을 발령 낸 것은 무리수를 둔 인사라고 지적했다.

 현직 교육 관계자인 A씨는 “천안은 70여 개의 초등학교와 30여 개의 중학교, 10여 개의 고등학교까지 100개 학교가 넘는 충남 제일의 교육 도시다. 더욱이 천안의 경우 현재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만큼 닥쳐 있는 현안이 산적해 있는 지역인데 초등 교장 출신을, 그것도 이제 막 교장에 입문해 임기도 마치지 않은 사람을 교육장으로 발탁한 것은 적절치 못한 인사다. 지역민들이 앞으로 다가올 교육감 선거를 위한 작전이 아니냐고 수근 대는 것도 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충남교육의 수장이었던 전 교육감에 대한 법정 공방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충남교육이 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 관계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임한 교육 원로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교장 출신인 B씨는 “역대 천안교육장을 보면 본청과 지역교육청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고 중등 교장을 지내며 원만한 학교 경영을 이끌어 낸 능력 있는 인재들이 천안교육장으로 발탁됐었다. 이는 천안이 충남교육을 대변하는 제1의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가 있기 전에도 고등학교 교장이자 각종 전국 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능력을 인정 받고 지역 내 교육 관계자 등과도 소통이 원활한 모 교장이 천안교육장으로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 발표를 보고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이제 갓 교장 경험을 쌓은 젊은 사람이 천안교육의 수장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역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전교조 세종충남지부에서도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적절하지 못한 인사발령이 단행됐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전교조 세종충남지부 관계자는 “천안교육장뿐 아니라 교육연수원장과 금산교육장 등 직속 기관장 공모에서 학교장 공모에는 없는 예외 조항에 모두 해당하는 인물이 임용된 것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며 “도교육청은 차후에라도 공모에 예외 규정을 최소화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로 인사 잡음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남교육청은 지난달 27일 도내 초·중·고등학교 교장·교감·교육전문직 인사를 통해 9월 1일자로 모 초등학교 교장을 천안교육장으로 전직시키는 등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