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든 탈영병, 무장군경과 대치 &변심애인 납치…외딴 마을서|실탄 64발·대검 갖고<진주>|"자수하라"·"접근하면 쏜다"…34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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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진주=곽기상기자】육군 사병이 M1소총과 실탄 64발 및 대검을 훔쳐 부대를 탈출, 변심한 애인을 납치해 외딴 마을에 가둬놓고 무장 군·경과 대치, 한마을을 온통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광주 제2사관학교 교도대대 화기시범중대 2소대 소속 이판이 1병(23)은 지난 16일 하오 10시쯤 화기중대에 있는 M1소총과 8발들이 실탄 8「케이스」 및 대검을 훔쳐 부대를 탈영, 애인이 있는 진주로 도망쳐와 18일 상오 5시쯤 진주시 강남동 25에 사는 변심한 애인 김숙자양(23)을 납치, 그곳에서 6㎞떨어진 이1병의 외가인 진주시 장재동 새밋골 부락 서도수씨(31) 문간방에 가둬놓고 있다.
이 1병이 많은 탄환과 무기를 갖고 탈영한 사실을 안 진주지구 헌병대가 현장에 급거 출동, 체포하려고 하자 이 1병이 총으로 대항하는 바람에 19일 하오 3시 현재 밤을 세워가며 34시간을 대치상태다.
진주지구헌병대는 19일 상오 10명의 무장헌병과 30여명의 경찰병력을 동원, 50m거리 집 주위를 포위하고 자수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접근하면 쏜다. 나를 제2의 고재봉으로 만들지 말라. 30분 동안은 너희들과 싸울 수 있다. 조용히 생각한 다음 태도를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총구를 문구멍 밖으로 겨누고 계속 버티고 있다.
진주시 부안동 92 이영수씨(54)의 장남인 이 1병은 서울 유도대학 재학 때인 2년 전부터 김양과 사귀어오다가 지난해 9월 약혼까지 한 사이인데 지난 10일 이 1병이 휴가왔을때 김양이 피해버려 만나지 못하고 지난 14일 귀대했으나 애인의 돌변에 격분한 나머지 이틀만인 16일 부대를 탈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과 2범인 이 1병은 유도3단에 성격이 거칠고 많은 실탄을 갖고 나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끔찍한 사고를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한편 군 수사기관은 그가 진로소주를 달라는 것을 미리 준비해간 수면제를 진로소주의 「플라스틱」 뚜껑에 주사기로 주입, 그의 외사촌형 서씨를 통해 방안에 넣어주었으나 진로소주 「플라스틱」뚜껑에 주사바늘표시가 난 것을 발견 이를 먹지않고 다른 술을 사달라고 말해 군 수사기관의 체포작전은 늦어지고 있다.
이 1병은 18일 밤늦게 광주에서 도착한 부대장의 자수 권유도 듣지 않고 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이 1병은 모기장을 바른 문을 안으로 굳게 잠그고 보릿가마니에 기대어 총을 그 위에 얹어놓고 밖을 향해 겨누고 있다. 무장 군경은 50m 떨어진 마을 뒷산기슭에 포위망을 치고 있으나 집 앞쪽에는 접근할 수가 없어 애인 김양의 동정에 대해서는 알길이 없다.
19일 상오 8시쯤 39사단장 김상균 준장과 헌병참모 정갑산 소령이 현지에 도착, 이 1병의 외사촌형 서도수씨로 하여금 자수 설득토록 했다. 이어 11시 30분 이 1병은 『자수하겠으니 집에 있는 군복을 갖다달라. 그리고 술 한 잔 달라』고 말해왔다. 서씨는 다시 진주시내에 가서 이 1병의 어머니 김연순씨(49)를 데리고 와서 하오 1시 30분부터 자수설득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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