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보에 대한 미 조야의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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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의회의 양당 지도자급 인사를 망라한 약 30명의 의원들은 지난 14일, 「닉슨」대통령에게 연서로 된 공한을 보내 주목을 끌었다.
이날 백악관에 전달된 하원측 공한에는 「매코맥」의장을 비롯, 양당 원내총무, 외교 및 군사위원장 등 15명의 영향력 있는 의원들이 서명했으며, 상원 측 공한에는 「스코트」공화당 원내총무 이하 각 위원회의 원로급의원 14명이 연서했다.
하원 측 공한은 ⓛ한국군 장비의 실질적인 현대화가 주한 미군의 감군 계획이 시작되기 앞서 선행 되도록 할 것 ②한국에 대한 미국의 장기적인 공약의무 이행을 재확인할 것 등을 촉구한 것인데 서명자의 한사람인 「브룸필드」의원은 『이 공한은 주한 미군 감축계획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감군 조치가 시의에 알 맞는 것인지에 관한 우려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또 상원 측 공한은 『한·미 공동성명(지난 7월 22일 「호놀루루」회담 후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보장과 경고가 귀 행정부의 엄숙한 공약을 나타내고 있음을 친히 재확인할 기회를 가질 것』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의회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비록 그것이 일부 의원의 견해표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서명자 속에 양당 지도급 인사를 비롯, 유력 의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미국 행정부에 대해서 상당히 큰 압력을 줄 것은 물론, 미국의 여론을 상기 공한에 표시된 방향으로 유도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감군에 앞선 국군 현대화나, 미국의 한국방위에 대한 장기적인 공약의무 이행 재확인 주장 등은 최근 주한 미군의 감군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정부나 국민이 한결같이 원했던 바다. 따라서 미국 의회의 지도자나 유력 의원들이 이와 같은 한국 측의 견해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주장을 행정부에 전달했다는 것은, 그 경위나 동기야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 한국의 입장에서 감사의 뜻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한편 「애그뉴」미국 부통령이 「닉슨」대통령의 특사로 오는 24일에 내한하여 3일간 체한 하면서 우리 정부 요로와 회담하기로 되었다는데, 이 역시 우리에게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정부 대변인의 담화에 의하면 「애그뉴」부통령은 박 대통령과 한 ·미 정상회담을, 그리고 정 총리와는 단독회담을 각각 갖고 주한 미군의 감축에 관련된 한국 안보문제를 중심으로 양국간의 현안문제를 광범하게 논의하게 되리라한다.
지난 7월 하순의 한·미 국방회담이 양국간의 견해차로 문제점의 소재만 밝히고, 구체적인 협의타결은 이를 후일의 회담과제로 미루어놓았으므로, 미국의 고위층과의 협상타결이 조만간에 있어야만 했던 것이다. 우리는 「애그뉴」부통령의 내한이 이 요구를 충족하고, 감군 문제 및 이에 따르는 안보문제를 매듭짓는데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을 충심으로 기대한다.
우리 정부는 대「애그뉴」회담에서 감군에 앞선 국군의 현대화, 미국의 대한방위 공약 확인 등의 보장이 있어야만 감군을 논의할 수 있다는 종전의 기본입장을 관철토록 하리라 한다. 그리고 정부측은 이 회담에 있어서 ⓛ국군 현대화의 조기실현을 촉구하고 ②한국이 북괴의 무력 도발를 받을 때 미국이 즉각 개입한다는 확약을 「박-애그뉴」공동성명 속에 삽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한다.
국군 현대화에 의한 군사력 보강, 그리고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의 명백한 재확인 등은 한국안보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니 만큼 우리는 이 회담에서 한국 측의 이러한 요구가 반드시 관철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미국이 감군론에 대한 한국 측 자세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있는 차제에 우리 정부는 치밀한 대책을 세워 가지고 반드시 이를 외교협상에 반영, 관철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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