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향산/정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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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묘향산-그 이름조차 너무 향기롭구나! 그저 산이라고 해 좋고, 「향산」만이라 해도 정겨워 못 잊을 이름이거늘, 황차 향산도 그저 향산 아닌 묘향산임에 있어 서랴!
보이느니 산곽이요, 보이느니 청계수요, 보이느니 전원뿐인 생각컨댄 아주 간단한 세 요소 밖에 아니지만, 이 세 가지 요소로써도 갈수록 새롭게만 전개되어 감흥은 그칠 줄을 모르니, 조물주는 그 얼마나 투철한 예술가이던가?
산 품에 시내가 흐르고 시내에 산이 거꾸로 떴고, 물은 산 속의 비밀을 전원에 전하기에 바빠하고, 전원은 그 넓은 가슴에 계절의 씨를 키우기에 분주하고, 대지는 초록 일색으로, 묘궁은 남청 일색으로 아주 단조로운 화폭이로다- 허나 이 일색 전람회에 권태를 느낀 자 그 누구던가-< 「조화무궁」에서· 193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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