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의 국산화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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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공산품의 국산화계획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생산할 분야에 있어서도 국산화계획의 방향을 결정하기조차 힘드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농림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기구의 국산화계획은 그 방향결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한다. 이처럼 계획작성이 어려워진 이유는 저리차관으로 공장을 건설한다해도 여기서 생산된 제품이 완제품 수입가보다 훨씬 비싼 농기구를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단 농기구의 국산화에서만 그런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TV·냉장고등의 국산화에 있어서도 국산화 비율이 시일이 지남에 따라서 향상되는 징조가 별로 보이지를 않을 뿐만 아니라, 국제시세에 비해 월등 비싼 가격이 형성되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같이 국산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또 그나마 비싼 제품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는 차제에 근본적으로 밝혀야하겠으며, 그 결과에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할 줄로 안다.
우선 국산화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서는 이 나라의 공업이 토착하기 힘든다는 사실을 당국은 직시하고, 산업정책을 그런 안목에서 다뤄나가야 하겠음을 강조하고자한다. 국산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공업화가 토착화하려면, 적어도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며, 그런 전제를 충족할 수 없는 분야의 국산화는 추진하지 않는 것이 기업원리상 타당하다는 점을 확인해 두어야한다.
즉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대량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어야하는 것이며, 또 규모의 이득이 발생해서 결국 국산화한 제품의 가격이 국제시세와 경쟁할 수 있게 되어야한다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만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과도적인 보호조치를 해서 유치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국민후생의 증대와 부합될 수 있는 것이다. 계속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한 분야의 국산화는 국민후생의 증대와는 모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국산화를 촉진한다는 것이 과잉보호가 되어 독과점을 형성함으로써 대량생산과 가격의 국제평준화압력을 막아주는 역효과를 내는 것이 되어서도 아니 된다.
따라서 국산화정책은 적절한 보호육성정책과 아울러 적절한 경쟁체제의 도입으로 보호조치를 해제해 가는 정책기술이 수반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산화정책의 기본은 스스로 분명해지는 것이다. 대량생산이 실현될 수 있는 분야에서부터 국산화정책을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며, 대량생산이 실현될 때까지만 보호조치를 하되, 그것이 과잉보호가 되어 거꾸로 독과점이득에 안주하도록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대량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행정적인 불합리 때문에 기존시설이 제대로 활용될 수 없어 국산화가 지연되고 있는 분야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제약요인들은 이를 대담하게 제거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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