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시, 사유의 폭 넓힌 소설 "상향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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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중앙신인문학상 예심이 1일 서울 서소문로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심사위원 박형서·김숨·신형철·김행숙·박성원·이수형씨. [최승식 기자]

한국 문학의 미래를 끌어갈 신예작가를 찾기 위한 제14회 중앙신인문학상 예심이 1일 끝났다. 문학을 향한 예비작가들의 열정은 변함없이 뜨거웠다. 연령별로는 10대 중반부터 60~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망라했고, 복무 중인 군인과 복역 중인 재소자도 작품을 보냈다. 해외 각지에서도 응모작 투고가 이어졌다.

 소설의 강세는 응모작 접수에서도 두드러졌다. 올해 시 부문에는 743명, 소설 부문에는 917편, 평론 부문에는 32편이 각각 접수됐다. 시를 제외하고 소설과 평론은 지난해에 비해 응모작이 늘어났다. 지난해 응모작은 각각 시 754명, 소설 861편, 평론 부문에는 29편이었다.

 시 예심은 김행숙 시인과 문학평론가 신형철씨가 맡았다. 소설 예심은 소설가 김숨·박성원·박형서씨와 문학평론가 이수형씨가 담당했다. 평론 본심은 신형철(시)·이수형(소설)씨가 각각 맡았다. 심사 결과 시는 14명, 소설은 11편, 평론은 10편이 각각 본심에 올랐다. 본심을 거친 최종 당선작은 본지 창간기념일인 22일 전후 발표된다.

 ◆파격적인 작품 없는 시=시와 소설 모두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수준이 나아졌다는 평가다. 최근 몇 년 동안 나타난 시 문법의 변화가 예비 시인들의 작품에도 반영된 듯한 인상이라고 했다. 김행숙씨는 “이전의 주류 문법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보이면서 개성과 자유로움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다만 파격적인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깊이·신선함 유기적 결합 아쉬워

 예비 시인들의 시작이 정체된 듯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형철씨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고, 시라는 글쓰기의 특수성을 고민하는 사람은 할 말이 없는 좋지 않은 양분현상이 엿보였다. 전달하려는 내용의 깊이와 전달하는 형식의 신선함이 결합된 작품이 많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했던 90년대 훌륭한 서정시와 2000년 이후 시가 개척한 다양한 말하기 방식을 융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소설은 다양한 실험 중=심사위원들은 올해 소설 응모작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소설의 경우 학교폭력이나 청년실업을 소재로 한 작품이 여전히 많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주제나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평가다. 이수형씨는 “여러 정신 질환을 비롯, 증상과 관련한 소재가 많아지는 등 실험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배경도 해외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박성원씨는 “소설에서는 배경이 매우 중요한데 젊은 응모자들의 경우 어학연수나 해외 여행의 경험 등이 반영된 까닭인지 해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무기력한 인물들, 현실 반영인듯

 현실에 갇힌 답답함이 소설 속에 많이 담겼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숨씨는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여지가 봉쇄당한 탓인지, 소설 속 인물들에게 공통적으로 무기력증 같은 모습이 엿보였다.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꿈꾸는 인물들도 마지막에는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이 묘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박형서씨는 “자신이 직접 겪고 느껴서 체화해서 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간접 체험에 기댄 작품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범죄수사물 등의 영향인지 일부 작품은 필요 이상으로 잔혹한 소재를 다뤄 아쉬웠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평론 부문은 올해에도 소설보다 시 쪽이 강세를 보였다.

글=하현옥·김효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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