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창조경제 37조 투자 … 규제 완급 조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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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경제5단체 산업체질강화위원회 제2차 회의가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왼쪽부터) 등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10대 그룹이 창조경제에 37조원을 투자한다. 대표적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신 재계는 기업을 규제하는 입법의 완급 조절을 요청했다.

 경제 5단체 회장단은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산업체질강화위원회’를 열었다. 지난달 28일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간담회의 후속 라운드 격인 만남이다. 경제 5단체는 대통령 앞에서 일일이 나열하지 못했던 14개의 입법 현안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완급조절을 건의했다. 첫머리에는 통상임금 문제가 올랐다. 경제 5단체는 건의문에서 “대법원이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후 기업은 통상임금 반환소송과 추가 인건비로 38조원을 부담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2015년부터 모든 신규 화학물질과 1t 이상의 기존 화학물질을 등록하도록 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을 완화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현행 계획대로면 물질 하나당 7000만원의 등록비와 6개월 이상의 등록 기간이 필요해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도 큰 부담이 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제시했다. 2조3000억원 투자의 발목을 묶고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조속한 처리도 요청했다.

 재계는 건의문에서 ‘일부 완화’ ‘합리적 조정’ ‘신중한 검토’ 등의 표현을 과거에 비해 많이 썼다. 무조건 반대보다 유연해진 ‘완급조절론’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이날 “근로자 보호도, 환경도 중요하고 경제민주화도 필요하지만 기업을 돕고 경제를 살리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은 고용 창출을 위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며 “기업 환경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신경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윤상직 장관은 “정부는 기업의 투자·고용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맞춤형 해결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한편 재계는 창조경제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약속했다. 총 37조원 중 대부분(35조3000억원)을 의료용 로봇, 바이오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 투자한다. 1조5000억원은 사내외 벤처 지원 등 벤처 투자에 쓰인다. 재계가 집계한 총투자금 37조원의 상당액은 2~5년간 투자되는 자금이며, 길게는 2020년까지 지속되는 투자도 있다. 재계는 창조경제를 위한 인재 1만5000여 명을 양성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개인 일정 때문에 불참한 허창수 회장 대신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창조경제를 통해 고착화하고 있는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창조경제의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을 주역은 결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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