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류현진, 다루빗슈 16승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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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방아를 찧는 듯한 슬라이딩으로 홈을 밟은 류현진(위 사진).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매팅리 감독(아래 사진 오른쪽)의 격려를 받았다. [LA=신현식 미주중앙일보 기자]

‘홈까지 뒤뚱거리다가(chugged home) 뒤늦은 슬라이딩으로 꽝 하고 들어왔다(landed with a thud).’ 류현진(26·LA 다저스)의 홈 질주를 익살스럽게 묘사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보도 내용이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줬다. 류현진이 던지고, 치고, 달리고, 슬라이딩까지 선보이며 값진 승리를 따냈다. 류현진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8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9-2 대승을 이끌었다. 삼진은 6개를 솎아냈고, 볼넷은 1개만 내준 류현진은 시즌 13승(5패)을 수확했다. 그는 3타수 1안타·1타점·1득점으로 공격에서도 힘을 보탰다. 이런 페이스면 입단 첫해 15승도 가능하다.

 ◆실점을 타점으로 만회하다=류현진은 2회초 좌전 안타와 좌중간 2루타를 잇따라 내주며 선제 실점했다. 그러나 2회말 자신의 타석에서 실점을 만회했다. 2사 2루에서 상대 선발 에릭 스털츠의 7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직접 맞히는 1타점 동점 2루타를 때려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2루에 있던 류현진은 후속타자 푸이그가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좌전 안타를 때려내자 홈으로 내달렸다. 좌익수 구즈만의 송구가 홈으로 전달되는 것을 느낀 그는 상대 포수 닉 헌들리의 태그를 피해 슬라이딩을 했다. 곰처럼 달려드는 류현진의 슬라이딩에 놀란 헌들리는 태그를 하려다 포구에 실패했다. 세이프. 류현진은 타점에 이어 역전 득점까지 올렸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류현진에게 동료들과 홈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류현진은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슬라이딩 자세가 이상했는데, 연습을 하겠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다=류현진은 그동안 ‘1회 징크스’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출발이 나빴다. 지난달 25일 보스턴전에서는 1회에만 3점 홈런 포함, 4점을 내줬다. 당시 류현진은 “1회부터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들어가다가 많이 맞는 것 같다. 앞으로는 1회부터 코너워크에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1회초 첫 타자 크리스 데노피아를 3구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윌 베너블과 제드 저코는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코너워크에 신경을 쓴 것은 물론이고, 이날 최고 구속인 시속 94마일(151㎞)의 빠른 직구를 잇따라 던지며 상대를 제압했다. ‘1회 징크스’를 털어낸 류현진은 이후 큰 위기 없이 자신의 몫을 다했다.

 ◆올 시즌 15승 충분히 가능=류현진은 앞으로 4~5번 정도 등판 기회가 남아있다. 2승만 추가하면 데뷔 첫해 15승을 달성하게 된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각에서는 류현진이 지난해 일본인 다루빗슈 유(27·텍사스)가 기록한 아시아 투수 신인 최다승인 16승도 가능하다고 점치고 있다. 류현진은 “남은 경기에서 계속 이겼으면 좋겠다. 평균자책점도 2점대로 낮추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3.08에서 3.02로 낮아졌다.

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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