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혀진 외화조달원|유로·달러 기채의 현실적의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약 1년전부터 들먹이던 유로·달러 기채문제가 결실, 9일 런던에 있는 20여개 은행 및 투자기관과 2천5백만달러의 차관협정이 서명됨으로써 첫 실현을 보게됐다.
정부는 이번에 유로·달러 기채가 결실을 본데 대해 ▲유로·달러시장개척을 위한 발판이 되었고 ▲개발금융시장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산은이 자주가 된 차관이 실현됨으로써 한국경제에 대한 신인이 재확인됐으며 ▲외화자금 조달원이 다양화했다는 점등을 들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3천만불의 외화국채발행계획을 실현에 옮기기에 앞서 뉴요크시장과 관계가 깊은 런던시장에서 1차적으로 이를 시험해버려는 것과 외환보유고의 증가와 함께 산은의 대출재원을 확보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외환부문의 통화증발과 일부 업체의 특혜로 작용해온 민간현금차관 불허 방침을 굳히고 다만 정부간 거래나 국내 금융기구와 정부투자기관이 차주가 되는 차관 또는 국제금융기구로부터의 차관은 계속 허가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따라서 이번 산은을 차주로 한 유로·달러 기채는 정부의 현금차관에대한 새 방침이 발표된 이후 첫 케이스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외화기채의 동기와 목적, 그리고 일단 기채된 자금이 어떻게 쓰여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기채의 동기가 외화국채발행에 앞선 테스트였고 기채의 결실이 외화자금 조달원의 다양화, 한국경제의 신인제고등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되었지만 국제수지측면에서 보면 기채나 현금차관의 계속적인 도입이 불가피하게 돼있다는 관측이 유력한 것이다.
지금의 외환보유고는 5억4천3백90만불(3월말)로 부족한 것이 아니지만 3차 5개년계획이 끝나는 76년까지는 경상거래 적자와 외채상환부담을 보전해가면서 약 10억불대로 예상되는 적정 유고 수준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있다.
3차 5개년계획 기간중의 국제수지 예측에 의하면 기중 경상거래적자는 11억3천만불에 달하고 외채상환부담이 약 16억불에 달해 32억불정도의 외자를 들여와야만 적정외환보유고(KFX수입+무역외지급, 원리금상환+단기자본상환의 25%수준)로 예상되는 9억8천5백만불.(기중증가 4억4천만불)의 유지가 가능하도록 돼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유로·달러 기채는 외화수요를 충당하기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유로·달러를 끌어들이기위한 노력과정에서 외화조달원이 넓혀진 것이라고 평가될 수 있겠다.
다음에 기채된 외화의 구체적 용도는 우선 사용조건이 없는 자금인만큼 우리측의 자의에 맡겨진 것이나 현재로서는 수출산업용 기자재도입을 위한 융자나 원화로 환금되어 주요 산업에 융자할 것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원화로 환금되어 융자될 경우 통화증발에 미치는 효과면에서는 내자조달용 현금차관과 다를 바 없고 다만 금리수혜자가 개인아닌 산은이 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특히 재정안정계획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 현재 산은여신은 국내여신한도의 규제대상이 아니기때문에 IMF와의 협의과정에서 새 논란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짙다.
또한 외환보유고를 증가시켜야 할 필요성에서 본다면 원화로 환금되어 산은융자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보면 외환부문의 통화증발요인을 다시 잉태하게되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유로·달러 기채는 외화조달의 방법면에서는 단기라는 점을 빼면 흠잡을 데가 없으나 과거의 현금차관이 지녀왔던 통화증발등의 문제점을 안고있다는 점에서 그 처리방향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종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