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브랜드 'SLOBOX'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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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더퍼블릭의 박대훈 대표는 “사회적 가치를 낳는 박스를 통해 차별화를 드러내고 싶다”고 말한다. 좀 더 많은 장애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소외된 장애인과 곧장 버려지는 포장박스의 만남, 그리고 생겨난 사회적 가치.

 내용물에 비해 경시되는 포장박스와 비주류라 불리는 장애인 디자이너, 부산 연제구의 한 사무실에서는 이들에 의해 사회적 가치들이 묵묵히 생산되고 있었다.

 포장용품 제작 기업 ‘위더퍼블릭’의 박대훈 대표는 사회적 가치를 품은 제품에 이야기를 담아 고객을 만나고, 대중과의 공감을 통해 독자적인 박스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 말한다. 위더퍼블릭(With the public)이라는 회사명이 그 의미를 대변한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 젊은 사회적 기업가로서 박 대표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소감이 어떠한지.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이라는 말이 너무 매력적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해보니 정말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이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또 그 이면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아직은 우리가 제대로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되묻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앞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든다.”

위더퍼블릭에서 제작한 상자 시제품을 써 보는 어린이.

 - 위더퍼블릭이 어떤 기업인지 소개한다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되고 멀어진 대상들의 이면에 숨겨진 능력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내고 그것을 대중들과 공유하려 하는 소셜벤처다. 그래서 그 첫 번째로 우리는 일회용이고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박스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사회활동 기회를 가지지 못한 장애인 디자이너의 그림을 새겨 넣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다양한 박스의 활용을 통해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대학시절 시각장애우 봉사 동아리 활동과 발달장애우 주말학교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장애인과 사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3년 전쯤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업들과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 또한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러면서 소셜벤처 대회와 아시아 소셜 벤처 대회(SVCA, Social Venture Competition Asia)에 참여해 수상하게 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의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

 - 장애인 디자이너와 박스의 만남이 독특하다. 사업 동기는 무엇이었나.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본에서 장애인 아티스트들이 박스에 그림을 그려 판매하는 사례를 접하고 나서 부터다. 우리도 이것을 응용해보자는 생각에 첫 발을 떼게 됐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알리거나 사회활동 기회를 잡지 못하는 능력 있는 장애인 디자이너와, 그들처럼 일상에서 쉽게 버려지고 일회용이라 여겨지는 박스, 소외된 이 두 대상이 만난다면 생각지 못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사업 동기이자 위더퍼블릭의 시작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 2명의 장애인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고 있다.”

 - 현재 주력하는 상품이나 의도하는 사업 방향은 무엇인가.

 “주력하는 사업방향은 단순히 제품 박스로서 기능을 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해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지속가능한 박스 브랜드 ‘SLOBOX’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령 군대 간 아들의 옷을 담은 박스를 받은 부모님의 마음 등 기능적 부분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스토리와 활용성을 추구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예쁜 박스가 아니라 박스의 본질을 활용해 다양한 활용성과 스토리들을 연계한 차별화를 지닌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현재는 기업의 선물 및 제품 박스와 구호단체의 구호물품박스를 연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 젊은 사회적 기업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기업의 의의?

 “단순히 취약계층을 고용한다는 것에 비중을 두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큰 범주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자신이 평소에 생각했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명확한 정의와 미션을 가지고 그것이 시장에서 지속가능할 수 있는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외면 받던 사회문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서비스나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를 조금씩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라 생각한다.”

 - 예비 사회적 기업가에게 조언한다면.

 “자신이 추구하는 미션을 가진 분야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와 신념뿐 아니라 전문가까진 아니더라도 높은 이해도와 현장 경험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지속가능하도록 자신들만의 색깔을 입히는 브랜딩 작업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준비 중인 분들이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바탕으로 자신의 미션에 공감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 위더퍼블릭 사업을 통해 그리는 내일은 어떤 그림인가. 나아가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대중들과 그 가치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만의 색깔을 입히고 차별성을 지녀 ‘박스’하면 가장 먼저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회사로 자리 잡고 싶다. 그러면서 좀 더 많은 장애인 디자이너들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박스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이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만들고 싶다.”

박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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