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노래 듣고 K팝에 푹 빠져…무작정 따라 부르다 한국말도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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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13 K팝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아넬 노넌. “소녀시대 음악을 듣고 그냥 통째로 외워버렸다”는 그는 “서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뜻도 모르고 무작정 소리 나는 대로 따라 했어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K팝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아넬 노넌(18)은 한국인 친구가 없다.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에 사는 그는 맨해튼 코리아타운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몇 년 전 친구가 들려준 소녀시대 노래를 듣고 K팝에 푹 빠졌다. 유투브나 인터넷에서 닥치는 대로 K팝을 찾아 그저 소리 나는 대로 따라 부르다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익혔다.

 그는 이날 뉴욕한국문화원이 뉴욕대 스컬볼센터에서 연 ‘2013 K팝 페스티벌’에서 이하이의 ‘1, 2, 3, 4’를 끈적함이 묻어나는 재즈풍으로 소화해내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오디션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에도 출전했던 그는 “K팝 경연대회에서 우승해 한국을 가보는 게 꿈이었는데 막상 상을 타고 보니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해 했다.

 노넌은 오는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제3회 ‘월드 K팝 페스티벌’에 미 동부대표로 출전한다. 월드 K팝 페스티벌엔 세계 44개국에서 뽑힌 15명이 경연한다. 한국을 처음 가는 그는 “한국에 가본 동생으로부터 서울이 너무나 멋진 곳이란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며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어보고 싶다”고 기뻐했다. 그는 “걸그룹 2NE1의 씨엘과 같은 쿨한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며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연엔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오른 9팀이 춤과 노래로 실력을 겨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빌보드닷컴의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은 “K팝은 미국 팝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며 “지난 1월 빌보드닷컴이 구조를 재편하면서 K팝 장르를 따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2등과 3등은 각각 각진 팝핀을 보여준 페르난도 페리어스와 샤이니의 춤을 선보인 그룹 하루가 차지했다.

 이날 행사장엔 경연 시작 전부터 700여명의 K팝 팬들이 몰려와 장사진을 쳤다. 팬들은 주최측이 마련한 비빔밥 시식과 한복 체험 등을 통해 한국 문화도 익혔다.

이우성 뉴욕문화원 원장은 “참가자의 춤과 노래 실력이 해가 갈수록 괄목상대할 만큼 높아지고 있다”며 “K팝의 저변이 그만큼 넓고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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