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디자인, 스파크 승차감, 레이 뒷공간 '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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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불황에는 경차가 빛을 본다. 생애 첫 차로 경차를 염두에 두는 사람들도 많다. 기아차 모닝은 상반기에만 4만6809대가 팔려 베스트셀링 카에 올랐다. 쉐보레의 인기 모델인 경차 스파크도 상반기 2만7576대가 판매됐고, 박스카 열풍을 주도한 기아차 레이도 꾸준히 관심을 끌고 있다. 4명의 심사위원은 차량을 번갈아 운전하며 운전석과 조수석·뒷좌석을 평가했다. 보닛을 열어 엔진룸 내부의 구성도 꼼꼼하게 살폈다. 소비자의 눈으로 경차를 해부하기 위해서다. 디자인과 성능·편리성·안전성 등을 두루 살펴본 결과 모닝이 3.54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스파크(3.4점)였고 레이(3.34점)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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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가장 무난 … 정숙성은 떨어져

 모닝은 안전성을 제외한 9개 항목 중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가속성능도 우수하고 전체적으로 무난한 차량이라는 평가다. 특히 전반적 디자인과 사용자 감성품질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았다. 박상원 위원은 “실내외 모두 흠잡을 데 없고, 디자인도 3개 차종 중 가장 균형 잡히고 단단하다”고 말했다. 감성품질에 대해서는 “빠듯한 원가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고 고급스럽다”(김기범)는 평이 나왔다. 경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속성능도 좋은 편이다. 장진택 위원은 “일반적인 주행에서 꼼꼼하게 속도를 높여준다”고 평가했고 김기범 위원은 “레이보다 공기저항과 무게가 유리하고 스파크보다 엔진이 강력해 움직임이 좋다”고 말했다.

이달 말 출시될 예정인 2014년형 모델에는 기존보다 하나 늘어난 7개의 에어백이 기본 장착된다. 다만 제동성능이 부족하고 정숙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장진택 위원은 “브레이크가 쉽게 피로해져 계속 브레이크를 잡으면 제동거리가 점점 늘어난다”고 지적했고, 나윤석 위원도 “타이어 소음과 엔진 소음, 진동이 뒤섞여 들어온다”고 말했다.

스파크 기본기 튼실, 편의성 부족

 심사위원들은 승차감이나 제동 성능 등 자동차의 기본기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스파크를 추천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체가 튼튼한 차로 급제동 시에도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었다. 장진택 위원은 “경차인데도 소형차 수준의 승차감을 준다”며 “그만큼 골격이 좋은 차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승차감이 매끄럽고 정숙성도 뛰어나다” “운전 재미가 있다”는 칭찬도 나왔다. 가만히 있어도 달려나갈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에 색상도 노랑·분홍·빨강·파랑·하늘색으로 다양해 경차 특유의 발랄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박상원 위원은 “독창적이고 맛깔스러운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내부 감성품질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나윤석 위원은 “차체라는 기초공사에 치중한 나머지 내부가 지나치게 수수하다”고 평가했다. 차량 내부 공간 활용도 셋 중 가장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김기범 위원은 “시트 등받이나 트렁크에서 공간을 찾아내기 위해 애쓴 흔적을 찾기 어렵고, 트렁크 입구 턱이 높아 사용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사물함들이 작아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레이, 넓지만 승차감·조수석 불편

 레이는 공간활용과 인체공학적 설계 등 편의성 측면에서는 다른 차량보다 후한 점수를 받았다. 레이의 뒷좌석은 리무진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넓고 오른쪽이 슬라이딩 도어라 타고 내리기도 편리하다. 뒷좌석 등받이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고 조수석도 앞으로 완전히 포갤 수 있어 공간 확보에 최적화된 차량이다. 유모차를 그대로 실을 수 있을 정도다. 나윤석 위원은 “차가 아니라 공간이 움직이는 개념”이라고 묘사했고 장진택 위원은 “박스형 경차 디자인의 지존”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큰 덩치와 무게 때문에 승차감에서는 박한 평을 받았다. 박상원 위원은 “높은 차고 때문에 선회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덩치와 무게 때문에 제동 시 앞으로 쏠리는 느낌이 다소 부담스럽고 가속 성능과 연비도 가장 떨어진다. 공간 활용 때문에 조수석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아이러니도 지적됐다. 레이의 조수석 등받이는 앞으로 포개지는 대신 뒤로 완전히 젖혀지지 않아 편히 쉬기 어렵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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