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만남을 놓고 양측이 형식을 둘러싼 논란만 벌여 회동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청와대가 전날 여야 원내대표까지 참여하는 5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박 대통령과 양자 회동을 거듭 주장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김 대표는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노웅래 비서실장이 읽은 입장 발표를 통해 “제1야당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흘 만에 다자회담 제안으로 답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현 정국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가 5자회담 역제안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이어 “(2005년 당시)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의제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영수회담을 하겠다’고 화답했다”며 “만약 노 대통령이 박 대표에게 ‘N분의 1’식으로 다자회담을 역제안했다고 한다면 박 대표는 어떻게 대응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회담을 제의하는 프로세스나 내용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거나, 아니면 무례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 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또 민주당이 거절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고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실장은 이어 “국민을 위해 만나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 안타깝다”며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양자회담을 고집하는 반면 청와대는 5자회담 수용을 거듭 촉구하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로선 양자회담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양자회담 제안 배경에는 당 내부 갈등 해결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산적한 현안이 많으므로 대통령과 양당 대표·원내대표가 만나 (5자회담 방식으로)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여야 간 대치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청와대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여지를 뒀고 민주당 역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제안한 ‘3자 회담’에 대해 “형식과 의전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 만큼,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노 비서실장)고 밝히고 있어 극적 돌파구 마련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신용호·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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