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수용소 성추행 사건 필리핀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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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군중이 마닐라 남부 마카티 교외에 소재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앞에서 행진을 벌이며 수용 시설에 억류된 필리핀인들에 대한 부당한 처사를 항의하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이 어린이 강간 사건과 말레이시아 구금 센터에서 수천의 필리핀 이민 노동자들에게 자행된 학대에 대해 분노를 표하고 나섰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모하마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개인적 분노'를 표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불법 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필리핀인들에게 취했다고 알려진 학대 행위에 대해 아로요 대통령이 보낸 두 번째 공식 항의서다.

AP통신에 따르면 블라스 오펠 필리핀 외무장관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추방을 기다리는 13살짜리 소녀를 성추행해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병원 기록과 보고서를 제시했다.

코라존 솔리만 복지부 장관은 사회 복지사들이 필리핀 남부에 도착하는 필리핀인들을 돕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한 소녀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 소녀는 복지사들에게 그녀가 키나바루주에 코타에 소재한 수용시설에서 추방을 기다리는 동안 말레이시아 경찰이 그녀에게 성추행을 범했다고 말했다.

발언
"우리는 말레이시아 당국에 우리의 뜻을 전달했으며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용소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다할 것이라고 보증했다"- 누르 자파, 필리핀 정부 조사단장
오펠 외무 장관은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에게 보내는 아로요 대통령의 서신 중 "나는 나의 개인적 분노와 필리핀 국민의 분노를 전하는 바이다"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오펠 장관은 또 필리핀 국민들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조사할 것과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단속은 약 30만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이 최근 몇 달 동안 말레이시아를 떠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는 거리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의 수용소 실태 조사

필리핀 정부의 조사팀이 말레이시아 사바흐주에 소재한 3곳의 수용 센터에 대한 조사를 끝마치면서 이의 제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수용 시설들은 불법 필리핀 노동자들이 추방을 기다리며 억류되어 있던 곳이다.

조사팀을 이끈 누르 자파는 비록 말레이시아 정부가 우유, 비타민, 그리고 더 낳은 음식을 수용자들에게 제공했더라면 수용 시설이 훨씬 더 나아질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시설의 환경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수요일 밝혔다.

그는 "여성들과 아이들에 대한 수용은 국제법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는 이곳 말레이시아 당국에 우리의 뜻을 전달했으며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용소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조처는 다할 것이라고 보증했다"고 언론에 조사 결과를 전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의 첫 번째 공식 항의 서한이 마하티르 총리에게 전해진 뒤 필리핀 조사팀의 수용 시설 조사를 허가했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을 만난 아로요 대통령의 고문은 마하티르 총리가 필리핀 국민들의 분노을 보고 약간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고 화요일 밝혔다. 노베르토 곤잘레스 고문은 마하티르 총리가 필리핀 당국이 원하면 언제라도 수용 센터를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외로 추방되는 개개인을 홀대하는 것과 정부의 공식적 정책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어느 나라에나 남을 학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력해진 새 단속법

지난 달에는 수천명에 달하는 필리핀인들이 수용 시설에 억류됐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수용된 곳이 과밀 상태이며 의료 시설이 열악하고 음식과 물 부족에 시달리는 곳이라고 증언했다. 3명의 어린이가 필리핀으로 추방되는 과정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8월 1일부터 불법 이민자에게 태형을 허용하고 수감 기간을 늘이며 또한 높은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강화된 새 법을 시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와 같은 법을 시행하게 된 동기로 불법 이민자들에 의해 늘어가는 범죄를 들고 있다.

수 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은 스스로 새로운 법이 발효되기 전후를 즈음해 말레이시아를 떠났고, 다른 불법 이민자들은 체포돼 추방되기에 앞서 수용 시설에 억류됐다.

필리핀 국적의 불법 노동자 대부분이 거주했던 사바흐주에서는 가퍼 살레흐 주 장관이 사법 당국에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기 위한 모든 작전을 중지하라고 말했다.

가퍼 주 장관은 "이와 같은 결정은 숨어 있는 모든 필리핀인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자발적으로 필리핀으로 돌아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불법 이민자들은 체포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당국자는 이번 단속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60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MANILA, Philippines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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