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의 지도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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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 당헌개정 9인위는 그동안 단일 및 집단체제를 둘러싸고 각파간에 의견대립을 보여, 난항을 거듭해오던 당헌개정문제에 관해 단일안 작성에 성공했다 한다. 20인 운영회의의 집단체제에 단일체제를 가미한 지도체제안은 ①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관장하는 당 대표위원은 전당대회에서 직선하고, 운영회의 의장이 되며 ②전당대회에서 직선하는 20인이내의 운영위원회의를 두되, 그중 3인은 새로 입당하는 재야 및 군소정당 인사들에게 안배하고 ③운영위원의 선출은 제한연기명 투표제로 한다는 것등을 골자로 하는 것이다.
당대표와 운영회의의 권한분배, 소위「당5역」에 대한 임명권, 중앙당 하부기구의 설치문제등에 관해서는 아직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하나, 정당운영의 핵심인 지도체제에 관해 원만한 합의가 성립된이상, 세목에 관해 의견일치를 보는 것은 과히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유총재가 신병으로 당수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한이후 신민당의 각파간에는 당내 영도권 확집을 둘러싸고 치열한 대립경쟁이 벌어졌다. 이와 같은 「헤게모니」다툼은 당을 사분오열시킬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었던 것인데, 여하한 경우에도 당은 분열시켜서는 안되겠다는 반성의 기운성숙이 지도체제 개혁문제에 있어서 각파간의 이견통합을 촉구하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집단지도체제에다 단일지도체제를 가미한 혼합적인 지도체제는 당 운영에 대한 지도권을 일면에 있어서는 분산시키고, 다른 한면에 있어선 집중시켜 놓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모순된 점이 많다.
그렇지만, 각파간의 세력균형의 기초위에서 간신히 당의 분열을 막고, 인화를 유지해오던 신민당으로서는 전당의 추앙을 받는 강력한 영도자가 나타날 때까지는 과도적으로 불가피한 조처라 보지 않을 수 없으니, 우리는 신민당이 우선 혼합지도체제를 지향하는 방향에서 당의 분열을 막아낼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지도체제에 관한 당헌 개정문제합의는 신민당으로서 최대 난관의 하나를 돌파케 한 것이다. 그렇지만, 임시 전당대회가 목전에 박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선출과 대통령 후보지명을 동시에 할 것이냐의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의 접근을 보지 못해 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은 동당의 현재 및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새 지도체제의 확립과 대통령후보지명작업을 동시에 병행한다고 하면 전당대회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상태에 빠질 우려가 다분히 있는 것 같다.
내년 대통령선거전까지 아직도 1년 수개월이란 시일이 남아 있는이상, 혼란·격돌, 그리고 그것이 국민에게 주는 불미한 인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후보지명대회는 별도로 여는 것이 아마도 현명치 않겠는가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신민당이 당론으로 결정지을 문제이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은 문호개방에 의한 당의 체질개선작업이 너무도 지지부진 하다는 것이다. 신민당은 당외인사를 영입하고 있다하지만, 새로 입당한 것은 구정객 몇 사람뿐이었고, 재야 정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인사들은 아직도 입당을 망설이고 있다. 이것은 문호폐쇄로 파벌싸움에 열을 올리던, 신민당의「이미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신민당이 진정으로 범국민적인 야당이 되고 싶거든 쓸만한 인재를 모셔들이는데 스스로 겸손한 자세를 취하고 상대에 대해서 최대의 아량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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