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을 왜 반납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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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전북도는 내년 전주에서 열기로 한 제51회전국체전을 조건부로 반납했다. 조건이란 것은 ①「메인·스타디움」을 위시한 각종경기장의 확장보수와 실내체육관의 완성에 필요한1억∼1억5천만원의 국고보조 ②전주시의 개발사업에 병행, 전국체전을 갖는데 필요한 시가지의 미화와 도로의 포장등에 소요될 2억원정도의 국고보조나 저리융자의 알선 ③최소한 2만∼2만5천명에 이를 선수및 임직원중 1만5천명을 수용할 가숙소의 설치에 대한 협조등이다.
조건부 반납결정을 하기까지 전북의 고층은 너무나 컸다. 「전국체전」하면 문자그대로민족 「스포츠」의 총화요 이 나라 젊은이들의 힘을 자랑하는 가장 큰 연중행사라는 관점에서다소의 시설미비나 숙소·교통·경비문제 등이 개최지의 선정에 조건이 될수 있겠는가 라는 양심의 고통이 컸기 때문이다.
전북은 6년전 (1963년) 제44회 체전을 전주에서 치른 경험이 있다. 그때 전북은 관하 전시·군은 물론 전도민이 코 묻은 돈까지 갹출, 지금의 전주종합경기장을 세웠고 「호텔」·여관이 부족해서 일반시민의 가정에까지 민박시켰던 것이다. 민박이 성공, 당시 전주의 높은 문화수준과 후한 인심이 우리나라에 널리 부각됐던 것이다. 그로부터 1970년 체전까지는 8년이란 세월의 간격이 생겼고 체전의 규모에 따른 비용이 놀랄 만큼 비대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전북이 낮잠만 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북은 도개설이래 미증유의 건설과 개발의 「붐」을 일으켜 중흥의 시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의 발전이 빠르고 알차다고 한들 「매머드」서울의 시설로도 만족히 소화못한 전국체전을 감당할 만큼 사회간접자본의 시설이나 주택이 구비되지 못한 것이다.
적어도 7천여만원의 지방비를 넣고 모든 도의 행정력을 쏟아넣어도 50회 서울체전의 반정도의 효과를 낼수밖에 없는 것이 지방실정이라 판단할 때 소화불량이 될 체전을 맡기보다차라리 그 정력을 지금 한창 전개하고 있는 전북공업화에 쏟아 우리도 완전한 실력을 갖춘다음 떳떳이 전국체전을 맡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제52회 체전의 전북유치에 무한히 애섰던 전북체육인들의 소망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나는 보다 착실한 전북의 발전을 위해 조건부로 체전을 반납한 것이다. 나는 대전∼여수간의고속도로가 완성되고 군산외항에 5만t급 선박이 접안되어 50만전주의 위모를 갖춘 후에 떳떳이 체전을 가져와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솔직한 나의 소견이었기 때문이다.(이항의<전북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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