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부재의 경보|신민당 창녕 보궐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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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5창녕보궐선거는 신민당의 선거거부선언으로 사실상 공화당의 독무대가 됐다. 제일야당이 선거를 거부한 것은 의정사상 초유의 사태다. 더욱이 거부이유가 국민투표의 재판이될선거는 무의미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의석 하나이상의 의미>
창녕보선은 개헌반대의 당론을 배반한 성낙현씨를 응징하기 위한 신민당해산으로 성씨의 의원직이 박탈됐기 때문에 실시된다.
공화당은 전신민당원 성낙현씨를 받아들여 후보자로 공천했다.
신민당으로서는 공화당의 처사 때문에 새로운 공천후보를 내세워 성씨와 대결시켜야 하게됐고 이 경우 이 지역 보선은 의석하나를 메우는 이상의 정치적의미가 주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도 신민당은 보선이 공고된 4일 정무회의에서 선거거부를 공식으로 선언한 것이다.
거부이유는 ①공화당의 성씨 공천은 정당정치의 윤리를 파괴한 처사다 ②성씨의 변절을합리화하기 위해 공화당은 과도한 관권과 금력동원을 이미 시작했다. 따라서 창녕보선은 10·17 국민투표의 재판이 될 것이며 이 같은 선거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10·17국민투표 후 신민당 안에는 양당의 존립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창해 있다.

<국회정상화 협상 걸고>
이 때문에 신민당은 공무원의 선거간여금지, 지방자치제실시 등 5개항의 선행조건을 제시하여 제시하며 교섭을 진행하고있다.
신민당은 5개항의 선행조건이 관철되지 않는 한 국회정상화에 협조할 것을 거부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71년까지 야당의 원내활동 포기도 불사한다는 태도다.

<성씨 공천자체도 물의>
신민당의 보선거부는 말하자면 현 단계는 하나의 의석보다 정치풍토개선이 더욱 절실한과제이며 이 과제를 실현키위 해 첫 단계로 창녕에서의 야당활동포기를 선언한 셈이다.
공화당은 신민당의 선거포기를 『승산이 없기 때문에 취한 정략』(오치성사무총장의 말)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일면으로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사실상 공화당의 성씨 공천에는 여러 가지 잡음이 따랐다.
당무회의에서는 어제의 야당의원을 여당후보로 공천하는 부조리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창녕 현지에서도 『개헌은 개헌이고 당은 당인데 기존조직원들의 감정을 무시해버렸다』해서중앙당의 성씨 공천에 불만을 표시하고있다.
그러나 신민당이 후보를 낸다면 중앙당이 직접 선거를 관리하여 대결할 계획이었고 성씨를 당선시킴으로써 얻는 정치적 효과도 거두려했지만 이 계획은 의미를 잃어버렸다.
물론 민주당이 이미 공천후보를 냈고 일부 군소정당 후보도 나와 형식적으로는 복수후보자에 의한 선거가 되겠지만 「제일야당의 불참」은 사실상의 야당부재라는 경고를 여당에한것이다.

<여당에 더 큰 책임 지워>
야당의 부재는 국민의 대의정치에 불신을 유발할 우려도 있고 수습해야할 책임이 여당에 더욱 주어졌다.
신민당은 보선거부 성명 속에서 『창녕사태가 앞으로 전국적인 현상이 되지 않도록 정부·여당이 가슴깊이 반성함으로써 정상적 선거제도회복을 위한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선행조건관철의 압력>
야당은 5개항의 선행조건관철을 위해 국회활동거부에다 보선포기라는 압력을 하나 더 보탠 것이다.
따라서 야당의 정치활동포기라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여당의 효율적인 대응책이 더한층절박한 과제임을 창녕보선이 실감나게 해준 것이 아닐까.<이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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