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송도국제도시로 속속 모이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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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수처리 분야 국내 1위 코오롱워터앤에너지의 송종민(42) 차장은 이달 1일부터 인천시 송도국제도시로 출근한다. 대전에 있던 본사를 이전하면서 송도는 코오롱워터 임직원 200여 명의 새로운 둥지가 됐다. 연계사업이 많은 경기도 과천의 건설계열사 코오롱글로벌과 함께 송도 정보기술(IT)센터로 본사를 옮긴 것. 경기도 군포에 살고 있는 송 차장은 “교육·환경 여건이 좋아 아예 송도로 이사할 것을 고민하는 직원도 꽤 된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이웅열(57) 회장이 송도에서 임원 간담회를 할 만큼 그룹의 관심도 높다.

 서울역 앞 옛 대우센터(현 서울스퀘어)를 떠나 인근 빌딩에 입주해 있는 대우인터내셔널도 송도행(行)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송도국제도시에 건립 중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를 인수하고 건물이 완공되는 내년 하반기께 본사를 이곳으로 옮긴다는 방침을 정했다. NEATT는 지상 68층, 312m 높이로 지어지는 송도의 랜드마크 빌딩이다. 상층부는 오크우드호텔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포스코 계열인 포스코엔지니어링도 이르면 하반기께 송도로 사무실을 이전할 예정이다.

 송도국제도시로 기업들이 모이고 있다. 이곳은 2003년 8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외국인 투자 유치 부진, 베드타운화 등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민간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10년 만에 서서히 햇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3년 안에 롯데와 현대백화점·효성ITX·이랜드 등 10여 개 기업의 직원 1만8000여 명이 옮겨 올 계획이다. <표 참조> 송도에 근무하는 인력이 현재 1만3000여 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3년 안에 두 배 이상으로 커지는 셈이다. 송도의 매력은 크게 ▶탁월한 입지 조건 ▶쾌적한 생활 여건 ▶합리적인 임대료 등이 꼽힌다. 송도는 인천공항이 15분 거리여서 국제 교역이 많은 회사나 다국적 기업엔 최적의 입지다. 쇼핑시설과 공원·교육시설도 갖췄다. 사무실 임대료도 수도권이 비해 20~30% 저렴하다.

 외국계 기업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프랑스계 세계 1위 수처리 기업인 베올리아워터는 올 10월 송도에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닝교육센터를 연다. 한 해 3000명 이상의 교육생이 다녀갈 예정이다. 반도체 패키징·테스트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도 2019년 완공을 목표로 1조5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와 K5 사업장을 조성 중이다. 삼성물산과 일본 TOK가 합작한 TOK 첨단재료 역시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다만 외국인 투자 유치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6월 말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유치한 누적 외국인 투자는 49억3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인천대 윤용만(경영학) 교수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인천시가 중앙정부와 협력해 더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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