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잡수셨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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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람은 하루에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빈당의 차에 따라 개인이 가지고있는 재물인 의복 주택 토지 그리고 보물등 소지품에는 천지의 차를 볼 수 있으나 하루에 먹는 개인의 식량에는 큰 차가없다. 더욱이 이 식량은 유복하고 일을 덜하는 사람보다도 체격이 건장하고 일 많이 하는 빈곤한 사람이 많이 먹게 마련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많이 먹는 사람과 적게 먹는 사람간에 양의 차이는 두 배를 넘기 어려운 것이다.
현재 부유한 나라에 있어서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한 전 국민의 하루평균 소모하는 식량의양은 약3천「칼로리」인데 빈곤한 국가라 하더라도 2천「칼로리」는 넘고있다.
여기서도 하나님의 인류 평등에 대한 섭리를 엿볼 수가 있다.
옛날의 장사가 하루 얼마나 먹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위장의 소화능력에는 한도가 있으므로 하루의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많다 하여도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산업의 발달 초기인 19세기에 있어서는 많은 노동이 인력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생산을 증가하기 위하여 이들에게 무제한의 노동을 요구한 시기도 있었으나 공업이 기계화됨 에 따라 노동의 성질과 강도는 극도로 감소되어 오늘날에는 부녀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다. 따라서 많이 먹어야만 일할 수 있다는 이론도 서지 않게 되었다.
최근에는 도리어 비만증이 현대인의 큰 고민이 되어 가고있다.
그러나 아직껏 식량이 부족한 나라는 많다. 요즘에는 자주 듣지 못하지만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인사로『진지 잡수셨습니까』하는 말을 많이 써왔다. 그 뜻을 새겨 보건데 얼마나 식량이 부족 하였었는가를 짐작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식량의 부족은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금년에는 풍년인가 하였더니 지난달에 예상치 못했던 남부지방의 수해로 또 부족을 면치 못 하는 것이 아닐까.
옛날에 호남지방의 쌀은 군산미 라고 하여 일본에 상당량이 실려나갔고 그 바람에 농민들은 만주에서 보내온 잡곡으로 배를 채웠으나 여하간 오늘날처럼 식량이 부족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쌀을 들여와야 하였던 일본이 쌀이 남아서 큰 걱정을 하고있다. 이것은 일본의 농토가 넓어진 것도 아니요, 인구가 준 것도 아니라 영농의 방법이 과거 에는 생각도 못할 만큼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우리나라도 종자의 개량과 수리영농방법의 개선으로 남은 식량을 처리하는데 골몰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필진이 바뀝니다
이번 주일부터「파한잡기」필진이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호레이스·언더우드」<한국명=원일한·연세대원서관장> ▲이춘희 <성균관대교수·도서관학> ▲김열규 <서강대교수·국문학> ▲조규상<가톨릭의대교수·동산업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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