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탈퇴 된 김연경 "대표팀 은퇴" 맞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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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과 김연경(25)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일 흥국생명으로부터 임의탈퇴 된 김연경은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땐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겠다”고 초강수를 던졌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두고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한국 로컬룰은 6시즌을 뛴 선수에게 FA 자격을 부여한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2005~2009년 4시즌을 뛰고 임대 신분으로 일본 리그에서 2시즌을 뛰었다. 일본에서 임대로 뛴 2년이 논란거리다. 김연경은 이미 FA를 취득했다고 보지만 흥국생명은 2년을 더 한국에서 뛰어야 한다는 견해다.

 지난해 9월에는 미봉책으로 파국을 넘겼다. 김연경은 터키리그 계약 마감일이 다가오자 일단 흥국생명 소속으로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아 출국했다. 이에 따라 국제배구연맹(FIVB)은 지난해 10월 아리 그라샤 회장 명의로 보낸 공문에서 ‘김연경 선수의 현 소속 구단은 흥국생명이다. 터키배구협회와 김연경 선수는 이적에 대해 대한배구협회 및 흥국생명과 협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김연경은 지난 9월 합의가 강압적으로 맺어진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한 FIVB의 결론은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김연경은 지난해 9월 합의서에 서명한 것에 대해 “기자회견장에 안 나오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해서 다음 날 출국을 앞두고 국제이적동의서 발급 동의가 절실했던 상황이라 협회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서명할 때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배구선수로서 배구인의 정부인 대한배구협회를 믿은 것뿐”이라고 밝혔다.

 김연경은 자신의 소속에 대해 다시 한 번 FIVB에 유권해석을 받기를 희망한다. FIVB의 유권해석이 번복되면 외국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연경은 “개인의 이익만 위해 이러는 게 아니다. 규정을 구단에만 유리하게 해석해 동료나 후배가 피해 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수 생명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팬들 사이에는 김연경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배구계에서는 “한국 배구계는 열악한 상황이다. 김연경이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어 계속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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