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성장 시대 투자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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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성장엔진에 녹이 슬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 생산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GDP(국내총생산)가 장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 부문도 한국은 더 이상 이머징 마켓이 아니다.

 주식시장만 보더라도 예전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잘 고른 종목이 아니면 수익을 낼 수 없는 종목장세가 전개되면서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장밋빛 희망을 던져주지 못한다. 한마디로 주식투자는 ‘돈이 나올 구석’이 잘 안 보인다. 어느 정도 자금이 있으면 이를 융통해 이자수익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었던 경제개발 시대는 지나갔다. 저수익과 고비용 구조 속에 투자대안을 찾기 힘든 현실 앞에서 투자자들은 애가 탄다. 흐르지 않는 강물처럼 경제가 오랜세월 정체를 면치 못했던 일본을 따라가는 건 아닐까.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전에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줄 알았다. ‘와타나베 부인’이야기다. 어쩌면 이들은 우리의 반면교사일지도 모른다.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단의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시장을 박차고 나가 해외투자에서 답을 찾았다. 은행에서 빌린 초저금리 자금을 해외투자에 활용해 마치 ‘봉이 김선달’처럼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와타나베 부인들은 차입거래를 통해 외화예금과 해외증권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다. 일본 금융사들도 엔캐리 트레이드에 나서 해외 투자비율이 한때 40%를 웃돌기도 했다. 이런 일본의 예는 우리의 암울한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출구를 찾을 수 있는지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뚫고 나가는 수단은 해외투자다. 그 대상은 금융상품이든 현물이든 돈이 될만한 모든 것이다. 국제 금값이 상승하거나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채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적극적으로 베팅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저수익·고비용 구조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 문제는 투자의 방법이다. 금값 오른다고 금을 대량 매입해뒀다가 오른 뒤 매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증권은 해외금융상품에 간접투자하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미국 ETF(상장지수펀드)를 꼽는다. 미국 주식시장은 ETF 시장규모가 전체 시장의 7% 정도로 한국 시장보다 훨씬 크다. 세계 각국의 지수·상품·금리·통화 등에 연동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들이 풍부하게 상장돼 있어 어지간한 투자수요는 다 맞출 수 있다. 가격이 하락하면 하락하는 대로, 몇 배수의 비율을 원하든 그 대안을 찾아준다.

 실례로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채가격 하락에 연동하는 미국TBT ETF는 견고한 상승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엔화 약세에 2배로 연동하는 YCS ETF도 꾸준한 상승세다. 유가 상승이 예상된다면 UCO ETF를, 하락이 예상된다면 DTO ETF를 통해 각각 기초자산 흐름의 2배 효과를 낼 수 있다. 다우지수가 1만4000선을 돌파하는 등 활황을 보이는 요즘은 미국 금융주의 흐름에 3배 순행하는 FAS ETF등이 유망하다.

 현대증권 해외상품부는 미국은 물론 홍콩주식까지 실시간으로 매매를 중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관련 ETF 중 위안화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7개 종목의 매매서비스를 실시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복잡한 가입절차나 별도 계좌설정이 필요 없다. 증권사에 개설된 계좌로도 해외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의 글로벌HTS는 해외주식을 매매하기 전 필요한 외화 환전 기능은 물론 시세나 손익 등의 실시간 조회와 간단한 해외기업 정보를 제공한다. 배당·청약 등에 따른 권리 행사도 대행해준다. 해외주식 종목정보를 고객 e메일로 발송하기도 한다.

 현대증권 해외상품부 담당자는 “온라인 서비스 및 실시간 정보 제공 등으로 해외주식 투자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단 1주라도 매매를 경험해봐야 금융상품 및 해외투자의 안목을 기를 수 있고, 이런 투자 자세가 궁극적으로 저수익·고비용 구조를 극복하는 해결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수 기자 seoms@joongang.co.kr 그래픽="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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