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키운 DJ 해명] 2. 남은 3억달러 경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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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보는 '대북사업 독점 대가는 5억달러'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제공한 2억달러 이외에 나머지 3억달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어 이 돈이 북한에 어떻게 넘어갔는지, 또 실제 대북 송금액이 5억달러를 넘는 것은 아닌지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林특보가 5억달러를 언급한 것 자체가 이 돈이 모두 북한에 송금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2억달러 외에 3억달러가 송금되지 않았다면 굳이 5억달러를 밝혀 의혹만 키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자금이 동원됐는지와 누가, 언제, 어떻게 전달했는지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이 돈이 순수한 남북경협용인지, 정상회담 성사용이었는지를 가려내는 열쇠다.

따라서 정부는 '5억달러 송금' 사실을 인정한 만큼 구체적인 송금 경로를 빨리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와 관련, 오마이뉴스와 내일신문 등은 ▶현대건설.전자의 해외지사를 통해 각각 1억5천만달러를 송금했다▶현대상선이 2억달러 외에 5천만달러를 더 송금하고 건설이 1억5천만달러, 전자가 1억달러를 송금했다는 등의 보도를 한 바 있다.

본지 취재과정에서도 현대전자 1억달러가 영국 현지은행의 위장 계좌에서 증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전자는 장부에 이 돈을 이미 떼인 것으로 처리했다.

또 지난해 9월 처음 대북 송금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은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4천9백억원(4억달러)이 모두 북한에 넘어갔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의혹들의 공통점은 현대상선.건설.전자 등이 대북 송금에 동원됐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해외 사업을 많이 해 비자금 조성이나 돈세탁이 비교적 손쉬웠을 것으로 보이는 회사들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회계장부에 송금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 회사의 대북 송금이 사실이라면 장부를 철저히 조작한 셈이 돼 각종 법규 위반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5억달러 외에 북한에 준 것이 더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도 여전히 씻기지 않고 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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