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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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허영의시장』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영국작가「윌리엄·M·대커리」는 이런「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그가 국회의원에 출마했을때의 일이다. 어느 날 그는 상대방후보자와 우연히 마주쳤다.
사대방후보는 악수를 나누며 이렇게 말했다. 『가장 훌륭한 분이 당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그러나「대커리」는단호히 말하는 것이었다.『저는 그렇게는 바라지 않습니나.』
후에「대커리」가 부연한 말은 퍽 인상적이다.『대저 국회의원에 출마한 고는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인격을 생각할 겨를이 없더군!』
우리는 최근 비슷한 경우를 목격하고 있다. 이른바 부정선거로 지목되어 그 소속 정당에서 쫓겨났던 당선자가 보선에 당당히 재출마를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제명을 서슴지 않던 당이 그의 공천을 시사하고 있는 것은 범인의 상식을 넘는 일이다.
보선의 판결은 법에 의해 「부정」을 인정한 결과이다. 이때에 그 정당이나 재립후보자는 무엇으로 선거민에게 세득할지 궁금하다.
이것은 선거이전의 정치풍토 문제이다. 정치는 상식인의 상식위에서 이루어지는 평이한 교직이다. 모순과 협착과 몰상식한 정치는 있을 수 없다.
당사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가부의 결정은 선거민의 투표로 결정한다고. 그러나 이것은「페어·플레이」의 조건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죄인이 재판관을 재판할 수는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그당의 정치현실을 짐작할것도 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의 기교문제이지, 도전이나 위장으로 될일은 결코 아니다. 딱히 그 후보가 필요했다면 제명과 같은 성급한 결정은 내리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그 보다도 스스로 정치도의를 아끼는 입장은 바로 자신의 인격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작은 도의에서부터 지켜지면 그것의 총화는 훨씬 큰 빛으로 나타날수도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오로지 하나의 표로 계산되는, 그래서 모든 선거의 질이 인격이전으로 타락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나의 행사로 이용하는 것 밖에는 안된다. 실로 정치적인격, 민주적도의가 아쉬운 우리의 정치풍토이다.「대커리」의 일화는 다시 음미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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