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빠와 시상대에 선 박영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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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이 7일 아시아탁구선수권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아버지 사진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월간탁구]

한국 탁구에 최고 복식 전문 선수가 떴다.

 박영숙(25·한국마사회)은 지난 7일 부산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그는 이상수(23·삼성생명)와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양하은(21·대한항공)과 호흡을 맞춘 여자복식에서 3위에 올랐다.

 박영숙은 그동안 개인전에서 석하정(27·대한항공), 서효원(26·한국마사회), 양하은 등에게 밀렸다. 세계랭킹도 84위로 한국 선수 중 12위다. 그런데 복식에서 새 길을 찾았다. 그는 전 세계 10%에 불과한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을 무기로 복식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 2012년 이은희(27·단양군청)와 짝을 이뤄 아시아선수권 동메달, 코리아오픈 은메달을 따냈던 박영숙은 지난 4월 코리아오픈 여자복식에서 양하은과 새롭게 호흡을 맞춰 정상에 올랐다. 박영숙은 “복식만큼은 자부심이 강하고, 에이스라는 생각을 늘 갖는다”고 말했다.

 박영숙은 아버지의 은혜를 잊지 못한다. 부친인 고(故) 박종을씨는 지난 2009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영숙은 “아버지가 나를 무척 예뻐하셨다. 그런데 나는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체육관에 찾아오는 걸 막았다. 떠나보내고 나니 그게 그렇게 죄송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좀 더 열심히 하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던 박영숙은 꼭 국제대회 우승을 한 뒤 아버지께 특별한 세리머니를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4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 박영숙은 주요 대회마다 아버지의 증명사진을 하의 주머니에 넣고 경기를 뛰었다. 지난 5월 프랑스 파리 세계선수권 결승에 올랐지만 우승을 하지 못했다. 마침내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고, 시상대에 올라 아버지의 증명사진을 번쩍 들어올렸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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