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자동차 여행: 오레건 코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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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해안을 자동차로 여행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를 생각한다. 확실히 캘리포니아의 해안선은 도로 여행으로 최고다. 그러나 이보다는 조금 덜 유명하지만 태평양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오레건 해안선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오레건주 아스토리아에서 캘리포니아 경계까지 내려가는 365마일 길이의 101번 도로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다. 도로 굽이굽이 마다 각기 다른 태평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미 전역에서 1마일 당 공원 수가 가장 많은 이곳에는 모두 36개의 주립공원이 있어 다리 스트레칭을 하거나, 해변을 밟아볼 기회가 많다. 국도변에 있는 멋진 장소 몇 군데를 소개한다.

포트 스티븐스 주립 공원

위치: 101번 국도를 출발하자마자 있는 오레건주 워랜튼 부근.

이 옛날 군사시설물은 미국 역사에 잘 알려지지 않은 두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 성채는 남북전쟁 당시 세워졌다. 전투가 몇 천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얼핏 거짓말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북부동맹이 영국과 동맹을 맺어 콜롬비아강 통제를 시도할 것을 두려워한 남부연합이 이곳에 성채를 세운 것이다.

비록 이곳의 공격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훗날 이곳에서 딱 한 번 전투가 일어났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잠수함이 포트 스티븐스에 17개의 포탄을 발사했던 것이다. 이로써 1812년 미-영 전쟁 이후 남쪽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외국의 공격을 받은 군사 지역이 됐다. 이같은 내용은 공원내에 위치한 멋진 박물관에 설명돼 있다.

기어하트

인구가 1천명 가량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은 유명한 요리사 제임스 비어드의 고향이자 피서지다. 그의 요리법은 이 지역의 몇몇 식당에 전수되고 있으며, 퍼시픽 웨이 베이커리 & 카페(601 Pacific Way, Gearhart, Oregon, 전화 503-738-0245)가 가장 정평이 나있다. 이곳의 음식은 보통 식당의 차림보다 훨씬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에콜라 주립 공원

위치: U.S. Highway 101, Canon Beach, Oregon

태평양 해안을 따라 가다 보면 큰 소리로 "사진 찍어줘!"를 외칠 만한 경치를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멋진 경치가 하도 많아 결국 지쳐버릴 정도이다. 멋진 전망마다 계속 사진을 찍을 수도 없거니와 그러려면 2분에 한 번씩 차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가 되면 "그래, 멋진 풍경이군. 또야?"라고 중얼거리며 그냥 차를 몰고 가버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말 하나는 믿어라. 당신은 분명 에콜라 주립 공원에 들러 그곳의 경치를 보고 싶어할 것이다. 이곳에는 웅장한 바다를 배경으로 헤이스택 록과 내슈빌 마운틴을 비롯해 1880년대에 만들어진 틸라무크 록 등대 등의 거대한 지질 조형물들이 있다. 이곳은 사진을 찍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해변이다.

틸라무크 항공 박물관

위치: 6030 Hangar Road, Tillamook, Oregon

포트 스티븐스와 상당히 유사한 이 볼거리는 유명하지는 않지만 흥미진진한 미국 군대 역사의 한 측면을 조명한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해안선을 경비한 것은 감시용 소형 연식 비행선이었다. 목조 구조물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장대한 격납고를 비롯해 이 같은 비행선에 얽힌 이야기가 이 멋진 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또한 박물관에는 수십여개의 클래식 전투 비행기도 전시돼 있다.

바다 사자 동굴

위치: 91560 U.S. Highway 101, Florence, Oregon

내가 태평양 해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꼽는 곳이다. 101번 국도에 위치하며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제격인 이곳은 천연 해양동굴로 미국에서 유일하게 대륙 바다사자의 서식지를 볼 수 있다. 우선 바다사자들 위에 위치한 관측대에서 바다사자를 관찰하고, 그 다음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굴로 내려가 이들이 까불며 헤엄치거나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모습을 구경해라. 절대 놓쳐서는 안될 곳이다.

선사시대 정원

위치: U.S. Highway 101, South of Port Orford, Oregon

이름에서 풍겨나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 이 선사시대 정원은 약 24개의 '과학적으로 올바른'('실제 크기'라는 의미) 공룡 조상을 모아 놓은 곳이다. 이 공룡들은 전부 눈에 띄는 밝은 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 컬렉션은 아마추어 고생물학자인 E.V. 넬슨의 작품이다. 그는 1953년 티렉스를 만들기 시작해 40년 이상 동안 점차 다른 공룡들까지 만들어냈다. 간략히 말하자면 다른 흥미로운 장소들과 마찬가지로 이 선사시대의 정원 역시 한 사람의 집념을 보여줘 깊은 감명을 준다. 이곳은 대중적 재미도 풍부하다.

PORT ORFORD, Ore. (CNN/Money) / 이정애 (JO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