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아침에 눈 떠보니 꿈이 아니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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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인비(오른쪽 둘째)가 2일(한국시간) 미국 NBC의 ‘투데이 쇼’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인비는 이날 여섯 차례나 인터뷰를 했다. [뉴욕=게티이미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3연승을 이룬 다음 날 아침(한국시간 2일).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미국 NBC의 ‘투데이 쇼’ 출연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1952년부터 방영된 투데이 쇼는 미국 전역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출연한 박인비는 “2008년 우승 후 5년 만에 다시 이 트로피에 내 이름을 새기게 됐다. 그동안 이 트로피가 정말 그리웠다”며 입담을 과시했다.

 박인비는 필드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지만 이날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영어가 유창한 그는 2008년 US여자오픈 첫 우승과 이어진 4년여의 슬럼프, 그리고 멘털과 체력 훈련, 스윙 교정 등으로 이를 극복해낸 사연을 소개했다. 사회자가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메이저 3연승을 거둔 소감을 묻자 “아침에 눈을 뜬 뒤 꿈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직도 내가 해낸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가벼운 농담도 던졌다.

박인비가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로피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사진 IB스포츠]

 박인비는 이날 투데이 쇼 출연에 앞서 미국골프채널의 TV 토크쇼 ‘모닝드라이브’와 인터뷰를 했다. 투데이 쇼를 마친 뒤에는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의 ‘스포츠센터’에도 출연했다.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때운 뒤 NBC의 또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인터뷰를 소화했다. 영국의 한 라디오 채널과 전화 인터뷰도 했다.

 LPGA와의 공식 사진 촬영을 위해 맨해튼 도심으로 이동할 때는 길거리에서 사진 촬영과 사인 공세가 이어져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박인비는 “그동안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끝없는 축하 인사가 이어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미디어 투어를 마친 박인비는 곧바로 가족과 함께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 주간의 쉬는 시간을 갖게 된 박인비는 휴식을 취하면서 집을 구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대회가 없을 때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출전해 왔지만 향후 미국 무대에 집중하기 위해 거점을 마련하기로 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박인비가 미국 유학 시절을 보냈고 지인들도 많은 친숙한 곳이다.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는 박인비답게 집은 연습 환경이 좋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 구하기로 했다. 라스베이거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방 3~4개짜리 아담한 집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박인비는 “골프는 항상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스포츠”라며 “미국 무대에 집중하면서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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