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공개' 말만 같고 속내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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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오른쪽)와 민주당 정청래 간사가 1일 오후 국정조사계획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동시에 “한번 까보자”고 나섰던 국가기록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 만약 기록물을 끄집어낸다면 열람만 할 건가, 아니면 공개까지 할 건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1일 이 문제를 놓고 온종일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윤상현, 민주당 정성호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오후 릴레이 협상을 통해 ‘대화록 공개가 가능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공개’란 말의 대상과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원본은 ‘열람’만 하자는 쪽이다. 대신 국가정보원이 보관하고 있는 정상회담 음원(녹음)을 ‘공개’하는 안을 꺼내들었다. 윤 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한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통령 지정 기록물, 음원, 녹취록, 대화록은 열람하고 국정원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음원 등은 공개해 논란의 반복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열람+공개’ 카드를 들고 나온 건 현행법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열람 내용을 누설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따라서 법에 따라 대화록 원본은 열람만 하되 같은 내용이 담겼을, 국정원이 보관하는 녹음 테이프를 공개하면 된다는 취지다.

 윤 수석부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자꾸 ‘열람’을 ‘공개’라는 뜻으로 쓰는데, 보기만 하고 공개를 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음원 등의) 공개가 수반되지 않으면 (민주당 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성호 수석부대표는 국가기록원의 원문을 전면 공개하자는 쪽이다. 그는 “국가기록원의 원본도 법률상 사본은 제작할 수 있으니 이걸 받아서 국정원이 최근 배포한 대화록과 꼼꼼히 대조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자료제출요구서에 ‘공개 목적’이라고 명시했는데 새누리당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는 국정원이 최근 공개한 대화록 전문(全文)과 국가기록원의 원문을 모두 받아서 왜곡 여부를 찾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현행법상 사본을 받아도 어차피 공개는 할 수 없다”며 “국정원 음원을 공개하면 모든 게 명확해지는데 반대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양당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논의는 6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2일로 넘어가게 됐다.

 민주당 내에선 공개 반대론도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어떤 경우에도 공개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했다. 유인태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간담회에선 당시 정상회담 배석자 간에도 이견이 노출됐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정쟁을 이유로 열람해선 안 된다”고 했으나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잘못된 일이 있으면 확인해야 하니 국회 열람은 잘한 일”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야가 2일 오전까지 합의안을 만들어 표결에 들어가더라도 공개 방식과 대상을 놓곤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늘부터 45일간 국정원 국정조사=여야는 이날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2일부터 8월15일까지 45일간 실시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 범위와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글=채병건·이소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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