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된 범고래, 야생으로 돌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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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사육사들이 범고래를 야생으로 풀어주고 있다.
고향 바다에서 적응 훈련을 하던 일요일(이하 현지시간) 어린 범고래가 풀려났다. 연구진들은 이 돌고래가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밴쿠버 아쿠아리움 해양과학센터의 연구진들과 수의사들은 부모를 잃은 이 어린 범고래를 수중 그물 울타리에서 풀어줬다. 이 범고래는 '스피링어'(범고래), '부'(BOO - Baby Orphaned Orca; 부모 잃은 아기 범고래), 'A-73'(연구 명칭)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졌다.

몇 달간 워싱턴주에서 재활훈련과 보살핌을 받은 스프링어는 지난 토요일 이곳의 수중 울타리에 가둬졌다.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관계자들은 이 범고래가 매우 활동적이고 먹을 것을 탐하며, 시끄러운 녀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양과학센터의 데이브 허프 수의사는 "이 녀석은 오자마자 매우 활동적이고 시끄러웠으며 곧바로 먹이감을 찾기 시작해 밤새도록 먹이 사냥에 나섰다"고 전했다. 스프링어는 물 밖으로 점프해 물을 철석거리며 다이빙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연구센터의 랜스 버렛-레너드 박사의 말에 따르면 일요일 오전 1시30분경 연구진들이 2~3마일 떨어진 곳에서 고래떼를 발견했고 스프링어가 곧바로 이들에 반응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

그는 "스프링어는 아주 시끄럽게 떠들고 기운차게 물위로 뛰어오르는 등 매우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바깥 바다로 통하는 울타리 끝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분명히 고래들이 지나가고 있는 소리를 들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고래 떼에는 스프링어의 가족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곳을 떠나기 전에 스프링어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들렸다고 바렛-레너드 박사는 밝혔다. 이 어린 범고래는 밤새 계속 흥분된 상태였다.

버렛 레너드 박사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범고래를 보면 수줍음을 많이 타는 동물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녀석들은 매우 조심스러운 동물들이다. 그러나 그날 밤 스프링어는 정말로 이어폰이 터져나갈 정도로 시끄럽게 고래떼들을 불러댔다"고 말했다.

스프링어는 지난 1월 워싱턴 퓨젓 사운드의 바슌섬 선착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주변에 고래떼들은 발견되지 않아 과학자들은 어미 범고래가 얼마 전에 사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일반적으로 범고래는 강한 단결력을 보이며 가족 단위로 이동하기 때문에 홀로 떨어진 범고래를, 그것도 어린 녀석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전문가들은 스프링어가 혼자서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이를 생포해 수중 사육 울타리에 넣었다. 이곳에서 스프링어는 먹이를 받아먹고 기생충 박멸 및 피부 손질 등의 치료를 받았다.

거의 7개월 가량 관찰한 끝에 과학자들과 수의사들은 스프링어를 쌍동선에 매달아 북쪽으로 350마일 떨어진 캐나다까지 데리고 갔다.

스프링어가 이 고래떼들과 재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학자들은 만약 스프링어가 원래 자신이 속한 고래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 지역을 지나는 다른 고래떼들과 합류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고래떼와 스프링어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연구진들은 스프링어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몸에 초단파 라디오 송신장치가 달린 진공 패드를 붙여 놓았다. 버렛-레너드 박사는 보다 정교한 위치추적 장치를 달게되면 스프링어가 대양을 헤엄쳐 다니는 '관광용 고래'처럼 보일 거라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스프링어가 평범한 야생 고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British Columbi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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