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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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0…서울친구들은 방학이면 즐거운 「플랜」들을 세우느라고 야단인데 난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고보니 고럴엄두는 아예못낸다. 그저 다음학기 등록금 마련에 진땀이흐른다. 그러다보니 벌써 2년이나 집에 못갔다. 그러나 지난구정엔 하향하기로 작정. 막상 오랜만에 집에가려니 선물이라도 사들고 가야겠는데 식구가 많아 다 한가지씩사자니 실력이부족. 그래서 생각 끝에 공동선물을 마련키로하고 예쁜무늬가 수놓여진 도배지를샀다. 정성스레 싸들고 열차에 오르니 짐도놓을수없는 대만원. 구겨질세라 소중히 다루었다.
○…집에 도착하니 모두 반긴다. 방에 들어서니 벌써 몇년이 지난 도배지는 시커멓게 그을려 덕지가 앉았다. 동잔불을 켜니 그럴수 밖에. 더군다나 몇해전부터 가설한다던 전기소식은아직 감감이란다. 열차에 시달린 피로도 뿌리치고 독배를 시작했다. 다하고 나니 딴집같다. 무늬가 더욱 고와보였다. 『온 집안이환하구나!』주름살을 펴시며 밝게 웃으시는 아버지 말씀이다. 어린 조카들도 철없이 기뻐야단이다.
○…난 나의 조그만 공동선물로 온 집안이 밝아음을 더욱 보람있게 느꼈다. 그리고 집과 여자는 손질하기에 달렸다는 생각이났다. 고가도로와 고층건물등 도시만 손질할게아니라 하루빨리 농촌도 도시같은 손질이 있으면 좋겠다.

<이연한·23·경기 양주군 구리면 교문리 교운전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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