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떠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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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녀시절부터 꿈을 키우던 교단생활 이었다. 티없이 맑고 깨끗한 동심 속에서 나는 다정스런 여교사로 언제까지나 머무르며 내 고운 인생을 엮으리라 했었다.
교단생활 만 6년. 어언 흘러간 세월속에서 내가 꿈으로 키우던 소망이 얼마나 여물어 갔는지 회의를 품은 채 나는 오늘 아쉽고 아쉬운 마음으로 사직원을 냈다.
결혼을 했고 하루 종일 다듬고 다독거려야 할 우리의 가정이 좀더 알뜰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이의 사랑스러운 아내로 나는 그동안 못 닦은 여러가지 일들을 가정에서 배워야 한다.
붐비는 거리에서 발랄한 내 인생을 반복하던 출근 시간에 나는 그이의「넥타이」며 구두를 챙기고 손질하는 여인으로 변형된 것이다.
하지만 그 맑고 귀염던 수많은 눈망울 들. 함빡 달려와 맞던 상냥한 얼굴들.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는 나의 귀한 추억이다. 가정에서 행복을 키우고 알뜰한 여인으로 성숙되어야 한다는 다짐이 새삼 뗘오르면서도 이렇게 교단생활에 미련이 남는 것은 천진난만한 귀염동이들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이진숙·서울 서대문구 갈현동 산32의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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