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71㎝ 류승우는 리틀 박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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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에서 열린 201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한국과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2차전. 0-1로 뒤진 전반 45분 류승우(20·중앙대·사진)가 호쾌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류승우는 자신을 발탁한 이광종 감독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11년 전 2002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고 히딩크 감독과 포옹했던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동점골로 자신감을 찾은 한국은 강호 포르투갈과 후반전에 한 골씩을 주고받아 2-2로 비겼다. 22일 쿠바를 2-1로 꺾은 한국은 1승1무를 기록했다. 27일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비겨도16강에 오를 수 있다. 24개국이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는 이번 대회에서는 각 조 1·2위와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팀이 16강에 오른다.

 류승우도 박지성처럼 체격이 작다. 대표팀 프로필에 적힌 체격은 1m71㎝·59㎏이다. 고3 때 성장판이 닫혔다. 개구리를 먹기도 했던 박지성처럼 체격 콤플렉스를 노력으로 이겨냈다. 고교 시절 류승우를 키운 한문배 수원고 감독은 “체격은 작지만 기술이 좋아 몇몇 대학에 추천했다. 처음엔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류승우는 실망하지 않았다.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을 더 늘려 자신의 장점인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는 연습경기 중 조정호 중앙대 감독의 눈에 띄어 대학에 진학했고, 청소년 대표팀에도 뒤늦게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59㎏이던 체중은 현재 66㎏으로 늘었고, 공을 다루는 기술도 더 좋아졌다. 박지성처럼 지칠 줄 모르고 뛴다. 좌우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박지성과 닮았다.

 류승우는 “꼭 성공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했다. 택시기사인 아버지 류재근(48)씨와 식당 일을 하는 어머니 김원자(47)씨를 호강시키는 게 그의 목표다. 아버지 류씨는 “승우가 지난해 아시아대회에서 우승해 받은 상금으로 TV를 사줬다. 좋은 화면으로 월드컵을 보라고 했다”며 뿌듯해 했다. 류승우는 “개인 목표는 없다. 팀이 4강에 오르는 데 집중할 것이다. 30년 전 멕시코 대회처럼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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