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의 부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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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생의 심리학적 부조리를 주제로 한「필립·로트」의 소설『「포트노이」의 증세』(랜덤하우스간·6달러95센트)가 지난주 출간되어 미국내의 독서계에 선풍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트」는 이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이미 60만달러의 인세를 선불 받았고 할리우드로부터도 25만달러의 원작료를 벌어들였다.
이 책이 이와 같은 관심을 모으게 된 이유는 유년기에 시작되어 성년기까지 계속되는 한 인간의 성생활의 복잡한 심리적 갈등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사용한 독특한 형식과 심각한 주제에 비해 어처구니없이 해학적인 문제 때문이다. 주인공 「포트노이」가『양심에 비추어 저열하기 짝이 없는 욕구와 욕구에 비추어 저열하기 짝이 없는 양심 사이에 짓 찢겨』 정신 분석학자를 찾아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독백조로 늘어놓는 형식을 로트는 이 소설에서 취하고 있다. 이처럼 정신분적학적 독백을 하나의 문학 형식으로 택함으로써 로트는 전체의 흐름과 제스처 및 지극히 세부적인 묘사를 특성있게 살피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면서 로트는 강박관념에 가까운 정도로 「매스터베이션」과대망상증 및 욕설을 멋대로 구사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그의 독특한 수법으로 이러한 표현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버림으로써 전연 외설로 느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성을 그처럼 재미있게 또 진지하게 그린 작가로는 「헨리·밀러」이래 처음일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을 읽는 사람은 여기서 나오는 웃음을 어떤 공포나 수치심을 변명하러 할 때 터뜨리는 웃음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어느틈엔가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을 가장 크게 웃길 수 있는 사람은 가장 강한 공포와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이란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된다. 타임지의 문학평자는 이 소설을 평하면서 『이 작품은 내용을 한껏 과장한 후 그 내용을 파괴해 버리고 입을 막 벌린 공허만을 남겨두는 희극』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공허를 보는 눈에 공포가 서리는가, 또는 희망이 빛나는가는 읽는 독자의 정신적 자세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성을 개방하고 있으면서도 기독교의 무거운 전통의 그늘 속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채 바둥거리는 미국인의 고민을 피부로 느낄 만큼 강렬하게 다루고 있고 따라서 이에 The는 관심의 심도도 이해가 가는 것이다.
60년에 출판된 단편집 『컬럼버스여 잘 있거라』로 문단에 알려진 로프는 금년 35세로 버크널 대학을 나와 창작 생활을 계속해 왔다.
그는 이번 작품에 관해『고통으로부터 추격을 당하고 결국 항복해 버리는 인간 대신 고통 속에 빠져있는 인간에서 시작하여 거꾸로 고통을 물리치는 인간을 그리려했다』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앞으로 얼마동안은 이 책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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