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덕에 동남아관광객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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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남이섬 매표소 앞 광장.10여대의 관광버스가 늘어선 가운데 방금 도착한 관광버스에서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온다.얼핏 보면 구별이 안가지만 이들의 대화를 들어 보면 외국 관광객임을 확인할 수 있다.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 현장을 보기 위해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남이섬뿐만 아니라 용평스키장 등 강원도내 관광지가 ‘겨울연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특히 대만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다.

남이섬에 동남아 관광객들이 몰려든 것은 지난해 5월부터.지난해 4월 대만에서‘겨울연가’가 방영되자 한달만에 관광상품이 등장한 것이다.이후 대만을 시작으로 6월 엔 홍콩,10월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현지에 관련 관광 상품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외국 관광객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은 모두 5만2천여명.이 가운데 1만5천여명이 동남아 관광객이다.지난해 1월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1백명도 안됐다.

특히 춘절(春節)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4일 하룻동안 1천4백여명의 동남아 관광객이 남이섬에 몰렸다.남이섬이 관광지로 개발된 이래 가장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았다.

동남아 관광객들이 남이섬을 찾는 것은 드라머 주인공들이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눈 현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극중 강준상(배용준 분)과 정유진(최재우 분)이 정답게 자전거를 탔던 숲길은 기념 사진 촬영의 필수 코스다.대부분은 다양한 모습의 주인공 사진을 전시한 겨울연가 카페에 들러 준상이 유진에게 선물했던 폴라리스 목걸이 등의 기념품도 구입한다.

대만에서 온 우멍젼(吳孟眞·여·26)씨는 “드라마에서 봤던 것 보다 섬이 커 놀랐다”며 “눈이 오지 않아 아쉽지만 감명 깊었던 현장을 보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겨울연가의 또 다른 무대였던 평창 용평스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난해 11월 15일 개장 이후 두달여 동안 4만4천여명의 동남아 관광객들이 다녀갔다.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한 것이다.특히 지난 시즌엔 6백여명에 불과했던 대만 관광객이 올 시즌엔 6천3백여명으로 열배나 늘었다.싱가포르 관광객의 경우도 이 기간 1만2천여명에서 2만2천여명으로 두배 가량 증가했다.

용평 스키장에 동남아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객실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주변의 알프스스키장과 대명비발디파크,경기도 양지리조트 등 인근 스키장까지 동남아 관광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안일수 ㈜남이섬 기획팀장은 “오는 4월 일본에서도 겨울연가가 상영될 예정이어서 일본인 관광객 방문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1960∼70년대를 보여주는 볼거리를 만들고,각종 이벤트도 마련해 남이섬을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가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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